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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기업 심층분석

정정신고서 제출 과정에서 기업가치 2000억원 증가
비교기업에 한국기업 제외, 적용 PER 24배로 높아져
업계 "할인율 높이는 대신 기업가치 부풀리기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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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존 직원들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골프존 직원들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코로나19 이후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았던 골프 산업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회원권 시세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일부 골프장은 그린피를 인하했다. 중고 시장에는 골프채 매물이 쌓이고 있다. 코인과 주식이 급락하자 골프붐을 주도했던 20·30세대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골프 업계의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 속에 국내 1위 골프용품 유통사 골프존커머스가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700억~3400억원. 일각에서는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비해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됐다고 지적한다. 골프존커머스는 고평가 논란을 딛고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수 있을까?

◆규모의 경제로 업계 1위 고수

골프존커머스는 골프 클럽을 비롯한 골프용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회사다. 2015년 골프존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됐으며 이후 골프존뉴딘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골프존커머스의 강점은 국내 최대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골프존마켓과 골프피팅 전문센터 '트루핏', 중고전문 '골프존마켓 이웃(IUT)' 등 전국에 총 104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직영 쇼핑몰인 골핑, 골프존마켓몰을 비롯해 최근에는 네이버,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 입점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골프용품은 가격이 비싸고 개인별 맞춤화를 원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직접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점포가 많은 회사가 경쟁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골프용품 유통시장은 오프라인 매장 외에도 가격, 제품력, 판매원의 상담 능력, 매장 구성과 운영 능력 등 다양한 요인이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골프존커머스는 골프용품을 대량, 단독 매입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매입한 제품은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해 고객을 끌어들였다. 규모의 경제로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구매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브랜드와 거래하면서 보유 제품군도 확대했다. 골프존커머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119개 브랜드의 상품을 확보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의 총판 사업을 통해 제품력도 강화했다.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골프 클럽과 용품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제품 브랜드가 1위(전체 응답자의 41%)를 차지했다.

골프존커머스는 가격 협상력과 상품 조달 능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판촉 이벤트와 마케팅을 진행해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골프존뉴딘그룹 회원인 골퍼들을 고객으로 유인하는 동시에 동영상 광고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경쟁사와 비교해 차별화된 전략으로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 침체 시 골프용품 시장 위축 우려

골프존커머스는 2020년 골프 열풍과 함께 급성장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평균 매출성장률은 38.2%에 달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3166억원, 영업이익은 129% 증가한 227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957억원, 영업이익 17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성장세로 보면 미국 아쿠쉬네트 홀딩스와 탑골프 캘러웨이 브랜드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골프존커머스가 실적에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골프용품 시장이 안정적인 성장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2020년을 기점으로 골프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고 골프 유통 시장이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여행과 레저 수요가 국내 골프 시장으로 유입됐다. 여기에 젊은 세대가 여윳돈을 골프에 투자하면서 골프 활황에 기름을 부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 인구 중 20대는 26만7000명, 30대는 66만9000명으로, 2019년 대비 각각 92.1%, 30.7% 증가했다.
하루 만에 몸값 2000억 뛰었다…'골프존커머스' 미스터리 [마켓PRO]
골프 인구가 늘면서 골프용품 수입 규모도 증가했다. 국내 골프공과 골프채의 수입액은 2013년 2억3900만 달러에서 2020년 4억3000만불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골프웨어 시장은 2015년 3조750억원에서 2020년 4조6315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6조 335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해외여행이 재개되더라도 신규로 유입된 골퍼들로 인해 골프용품 유통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골프 산업이 경기 변동과 민간 소비에 영향을 받는다는 데 있다. 경기 침체로 가처분 소득이 줄고 레저스포츠 활동 수요가 감소할 경우 골프용품 시장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과 인플레이션 우려, 긴축 통화 정책 등으로 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골프 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골프 시장이 지금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며 "수요 감소와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 위험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골프존커머스의 기업가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 2000억원 오락가락...고무줄 잣대 논란

골프존커머스는 이번 상장으로 786만주를 공모한다. 이중 최대 주주인 골프존뉴딘홀딩스가 보유 지분 353만주를 시장에 내놓는다. 전체 공모주식 수의 44.9%에 달한다. 골프존뉴딘홀딩스는 계열사의 상장으로 360억~448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자회사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프존커머스가 상장하면 골프존뉴딘홀딩스의 지분율은 97.09%에서 67.86%로 낮아진다.

증권가는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이 공모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존 주주가 구주매출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경우 상장 후 기업의 주가 상승 여력이 떨어진다는 신호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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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골프존커머스의 기업가치 산정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골프존커머스의 기업가치를 3557억원으로 평가했다가 7일 5320억원으로 재평가했다.

기업가치는 높아졌지만, 희망공모가는 그대로 유지했다. 주관사 측은 초기 공모가 산정 시 5.53~24.12%의 할인율을 적용했다가 최종 36.84~49.28%로 높였다. 기업가치가 증가한 만큼 할인율을 높여 공모가를 고수한 셈이다.

한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공모가가 신규 코스닥 상장사의 평균 할인율인 24.25~36.91%보다 낮다는 지적을 받자 할인을 해주는 대신 기업가치를 부풀린 것 같다"며 "그렇다고 해도 하루 만에 기업가치를 약 2000억원이나 높게 평가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가치 산정 시 비교기업에 국내 기업을 제외한 것도 논란거리다. 골프존커머스는 처음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당시 주가수익비율(PER) 8.89배인 휠라홀딩스, 브이씨(PER 11.27배), 골프존(7.79배) 등 골프 관련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을 포함해 기업가치를 평가했다. 평균 PER 15.87배가 적용돼 3000억원 대의 기업가치가 도출됐다.

그러나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국내 기업을 비교기업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미국 아쿠쉬네트홀딩스(21.15배)와 탑골프 캘러웨이 브랜드(26.33배)의 평균 PER 23.74배를 적용해 기업가치가 5000억원 대로 불어났다.

골프존커머스는 희망공모가로 1만200~1만2700원을 제시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699억~3360억원이다. 총공모금액은 802억~998억원이다. 이중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은 442억~550억원 규모다. 회사 측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 자금은 신규 플랫폼과 IT 인프라 개발 투자, 오프라인 복합매장 출점과 인수합병(M&A)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업계는 골프존커머스가 3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장성원 골프존커머스 대표(사진)는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골프존이 가진 데이터를 보면 수요가 줄지 않았고 일본과 캐나다의 전체 인구 대비 골프 인구가 각각 12~14%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국내 골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