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집권 후 최고지도부의 '자진 퇴진' 칭송 표현
中관영매체에 '높은 인품 굳은 절개' 재등장…리커창 은퇴 칭송?
'높은 인품과 굳은 절개'(高風亮節).
중국 관영매체가 또다시 이러한 표현을 썼다.

이 표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래 공산당 지도부에서 '자진 퇴진'을 선택한 이를 칭송할 때 등장해왔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24일 "일부 당과 국가 지도자가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새로운 당 지도부 구성을 위한 협의 기간 젊은 인재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자진해서 은퇴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신화는 "이들 지도자는 당과 인민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국가의 발전과 부흥을 위한 높은 책임감으로 젊은 간부들이 올라설 수 있도록 자진해서 물러나길 요청했다"며 "그들은 높은 인품과 굳은 절개 뿐만 아니라 넓은 마음을 보여줬다"고 썼다.

이 보도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누구도 직접 특정하지 않았지만, 여러 인사 중 특히 리커창 총리의 은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67세인 리커창과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관행에 따르면 최고 지도부에 남을 수 있었지만,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은퇴 수순을 밟게 됐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대표주자이자 개혁 성향인 리커창과 왕양의 동반 퇴진과 공청단의 거두인 후진타오 전 주석의 당 대회 폐막식 도중 강제 퇴장 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자 관영매체가 '자진 퇴진'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SCMP는 "'인격이 높고 절개가 굳다'는 표현은 시 주석이 10년 전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의 은퇴를 칭송할 때 한 표현을 되풀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18차 당 대회를 통해 총서기로 등극한 시진핑은 자신에게 총서기직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를 동시에 물려준 후진타오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한 바 있다.

그는 그해 11월 15일 열린 18기 1중전회에서 "당과 인민 사업의 계승을 위해 후진타오 동지가 솔선해 물러난 것은 높은 인품과 고상한 기풍, 굳은 절개를 보여준 것"이라고 극찬했다.

또 우방궈, 원자바오, 자칭린, 리창춘, 허궈창, 저우융캉 등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당 지도자로서의 지위를 자진해서 포기했다며 "그들은 존경할만한 도덕적 가치, 높은 인품과 굳은 절개를 보여줬다"고 칭송했다.

中관영매체에 '높은 인품 굳은 절개' 재등장…리커창 은퇴 칭송?
다음 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에 후 주석과 시 총서기가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는 사진을 실으며 순조로운 권력 이양이 마무리됐음을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또 당일 사설에서 "당 지도층의 신구 교체를 위해 후진타오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의 많은 지도자가 퇴진한 것은 공산당원의 넓은 마음과 당과 인민에 대한 충성을 보인 것"이라며 "후진타오와 다른 퇴진 간부들에게 감사와 경의의 뜻을 표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SCMP는 "당시 후진타오가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을 포기하면서 이례적으로 순조로운 지도부 교체가 이뤄졌다"며 "후진타오의 전임자 장쩌민은 2002년 당 총서기에서 물러난 후에도 2년간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높은 인품과 굳은 절개'는 2013년 1월에도 관영매체에 등장했다.

그해 1월 21일 열린 양바이빙 전 중앙군사위 비서장 장례식 때 장쩌민 전 주석의 이름이 맨 마지막에 거명된 것에 대해 이는 본인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신화가 보도하면서 이 표현을 동원했다.

장쩌민의 이름이 공식 의전상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 이름 뒤에 놓인 것은 그가 2004년 말 중앙군사위 주석직에서 퇴임한 이후 처음이었다.

장쩌민은 후진타오 집권 시기 내내 공식 석상에서 후 주석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예우를 받았다.

신화는 장쩌민이 18차 당 대회 폐막 후 자신의 의전 서열을 현직에서 물러난 여타 원로들과 같은 순위로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는 공산당원의 높은 인격과 굳은 절개, 관대한 성품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칭송했다.

이에 대해 SCMP는 "당시 신화의 보도는 중국 관측통들과 소셜미디어에서 장쩌민의 요청이 진짜 자발적이었느냐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