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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연의 논점과 관점] 차량 10부제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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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연 논설위원
    [유병연의 논점과 관점] 차량 10부제부터 해보자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냄새가 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우려대로 먹구름이 가득하다. 달러당 1400원대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의 데자뷔다. 6%대 물가상승률과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뾰족한 정책 수단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 탓에 금리는 미국 스텝을 어느 정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고, 글로벌 강달러 현상을 감안하면 환율도 사실상 외생 변수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면 환율이 뛰고,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모두 무역·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온 것이 우연은 아니다. 무역수지를 흑자로 돌려세우면 환율이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이 둔화해 금리 인상 압력을 줄일 수 있다. 환율과 금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대안이다.

    무역수지가 관건

    단숨에 수출경쟁력을 높여 무역수지를 흑자로 돌려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수입을 줄이는 게 외길 해법이다. 올해 무역수지가 4월부터 줄곧 적자를 거듭하는 것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늘어서다. 지난해 에너지 수입은 총 1372억달러였지만 올해는 2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료비 상승만큼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이유로 공공요금이 묶여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선 언감생심이다. 그렇다면 남은 해법은 한 가지. 에너지 소비를 감축하는 길밖에 없다. 승용차 운행을 줄여보는 것은 어떨까. 승용차는 한 사람을 1㎞ 이동시키는 데 지하철 등 대중 교통수단보다 열 배 이상의 에너지를 쓰는 과소비 교통수단이다.

    국내 에너지 부문별 소비 비중을 보면 산업(63.1%)에 이어 가정·상업(17.5%), 수송용(17.1%) 순이다. 국내 전체 자동차 수는 지난해 기준 2491만 대로, 이 중 승용차가 81.9%인 2041만 대를 차지한다. 승합차와 화물차, 특수차를 제외하고 승용차에 한해 차량 2부제를 시행하면 전체 에너지 소비의 7%를 당장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생계 수단으로 사용되는 영업용 차량을 빼도 5% 이상은 감축 가능하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00억달러로 올 상반기 무역수지 적자(103억달러)와 맞먹는 액수다.

    "위기의식 없는 게 위기"

    개인 이동권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차량 부제 시행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제3차 오일쇼크’에 다름없는 상황 아닌가. 헝가리는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스위스는 가스 배급제를 검토 중이다. 그런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은 에너지를 흥청망청 쓰고 있다. “위기인데 위기의식이 없는 게 진짜 위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통 분담 없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 우리는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대기질과 교통 흐름 개선을 위해 차량 2부제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 당면한 위기의 심각성이 미세먼지보다 가벼울 리 없다. 공공부문이 먼저 나서 차량 10부제부터 시작해보자. 이어 위기 단계별로 확산해나가자. 위기가 현실화하면 차량 부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큰 고통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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