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륜오토바이 치고는 그대로 귀가…"경운기로 착각" 주장
1심 "착각 가능성" 무죄…2심 "사고 인식 가능" 유죄
노부부 사망사고 두고 "뺑소니" vs "몰랐다"…엇갈린 유무죄
"교통사고 내셨죠?"(경찰관) "냈죠"(운전자) "교통사고 내고 그냥 가시면 어떡해요"(경찰관) "별거 아니라서 그냥 집에 왔어요"(운전자)
지난해 11월 8일 새벽 1시. 강원 정선군 A(65)씨의 집을 찾아간 경찰관들은 A씨에게 (노부부가 숨진) 교통사고에 관해서 물었다.

사람이 아닌 경운기를 들이받았다고 착각했던 A씨는 순순히 교통사고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관들이 "탑승하고 있었던 두 분이 돌아가셨어요"라고 얘기하자 A씨는 "아이고, 우리 형님은 아니겠지"라며 주저앉았다.

A씨는 불과 몇 시간 전인 7일 오후 7시 40분께 화물차를 몰고 가다가 B(78)씨가 운전하는 사륜오토바이를 치고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귀가했다.

이 사고로 B씨와 아내 C(80)씨가 머리와 가슴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결국 A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혐의와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노부부 사망사고 두고 "뺑소니" vs "몰랐다"…엇갈린 유무죄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A씨가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있었다고 인식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무죄 근거로 사고지점에 가로등이 없었던 점, 사륜오토바이가 아닌 경운기를 충격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는 점, 사고 후 어떤 머뭇거림이나 주저함 없이 집까지 차량을 몬 점을 들었다.

여기에 A씨가 경찰에 긴급체포될 때까지 휴대전화로 아무런 통화도 하지 않고 교통사고나 뺑소니 관련 내용을 검색하지 않은 사실도 근거로 삼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특정범죄가중법 도주치사죄가 아닌 교통사고처리법상 치사죄로 인정해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의 항소로 사건을 다시 살핀 춘천지법 형사2부(이영진 부장판사)는 달리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지점에 가로등은 없었지만 A씨의 차량과 피해자들의 사륜오토바이 모두 전조등이 켜져 있었던 데다 사고 장소에서 당시 상황과 비슷한 조건으로 모의 주행한 결과 사륜오토바이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봤다.

그런데도 A씨가 오토바이를 보지 못한 데 대해 "이유는 모르겠지만 못 봤습니다"라고만 진술했을 뿐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전혀 하지 못한 점도 의아하게 여겼다.

노부부 사망사고 두고 "뺑소니" vs "몰랐다"…엇갈린 유무죄
경운기로 착각했다는 A씨 측 주장 역시 교통사고 정도나 피해 규모에 비춰볼 때 믿기 어렵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했을 때 미필적으로나마 사고를 인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깨고 특정범죄가중법 도주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의 형량을 2년 6개월로 높였다.

재판부는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들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으며,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사륜오토바이를 역주행해 운전한 피해자들에게도 과실이 있고, 피해자들이 헬멧 등을 착용하지 않아 사고 결과가 확대된 측면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