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클로버재단, 2010년부터 전국 가족센터 등서 매달 두세차례 진행
"화목한 가족의 필수조건은 '미소'…늘 웃으면서 찍자고 강조"

"이 사진을 볼 때마다 가족 모두 활짝 웃었던 오늘이 떠오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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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마련된 '다문화가족 사진 촬영 행사' 스튜디오에서 26일 만난 장가이(36) 씨는 가족사진을 찍으면서 8년 전 남편 김정진(40) 씨와 결혼해 한국에 왔던 순간을 떠올렸다.

고향인 중국을 떠나 난생 처음 한국에 왔던 장 씨는 말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낯설어 하루하루가 고생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우리 식구 행복을 저장합니다"…6천번째 다문화가족 사진촬영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1∼2년마다 태어난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신없이 살다 보니 가족끼리 제대로 된 추억을 남긴 적이 많지 않더라"며 "이번 행사가 우리 가족 모두에게 반가웠던 이유"라고 소감을 밝혔다.

남편과 5살, 4살, 2살 된 세 아이와 함께 온 장 씨는 "오늘 정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다"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빨간색 옷을 가족 모두와 맞춰 입고 나왔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10년 후든, 20년 후든 아이들이 장성한 후에 이 사진을 본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편 김 씨도 "지방 출장이 많은 탓에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일주일에 하루 정도에 불과해 미안한 맘이 컸다"며 "다섯 식구가 정말 오랜만에 모여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은 사회복지법인 인클로버재단(이사장 한용외)이 2010년 8월부터 매달 두세 차례씩 전국을 돌며 이어온 '다문화가족 사진 촬영 행사'가 6천 회를 맞이한 날이다.

6천 번째 가족사진 모델이 된 키르기스스탄 출신 정마리나 씨는 "2005년 입국해 세 자녀를 키우면서 열심히 살아왔다"며 "오늘 받은 가족사진을 보면서 웃음 가득한 가정을 만들어 가겠다"고 즐거워했다.

대기실에서는 촬영을 기다리는 다문화가족 40여 가구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차례를 기다리며 가족끼리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포즈를 논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떨렸는지, 연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긴장을 푸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 식구 행복을 저장합니다"…6천번째 다문화가족 사진촬영
우즈베키스탄 출신 김나르기자(35) 씨는 남편 김상일(41) 씨와 12살 아들 반려견까지 온 가족을 이끌고 가족센터를 찾았다.

능숙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 촬영에 임한 그는 이내 현상된 사진이 담긴 액자를 받아 들었다.

김 씨는 "거실 한가운데 가장 잘 보이도록 걸어놓을 예정"이라며 "온 식구가 자주 사진을 보면서 오늘 일을 종종 추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족사진 촬영은 '원스톱 서비스'다.

한 이사장이 사진을 찍고 나면, 조영욱 작가가 곧바로 보정 작업에 나선다.

이어 다른 스태프들이 즉석에서 컬러 프린터로 A3 사이즈 사진을 인화해 액자에 넣어 선물한다.

7년째 사진 촬영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조 작가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오다 보니 장비 세팅과 촬영, 보정, 현상, 액자 제작까지 빈틈없이 돌아간다"며 "완성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성원들은 울면서 보채는 아이들을 달래거나, 장난치는 아이들을 추슬러 카메라 앞에 세우다 보니 베테랑 베이비 시터가 다 됐다고 한다.

"우리 식구 행복을 저장합니다"…6천번째 다문화가족 사진촬영
조 작가는 카메라가 낯설어 울상인 아이에게 초콜릿과 과자를 쥐여주며 금세 방긋 웃게 했다.

그는 "이제까지 아이들 수백 명을 만나면서 나름대로 생긴 노하우"라며 "화목한 가족의 필수조건은 '미소'이기에 늘 웃으면서 찍자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은 "일회성이 아닌 10년이 넘는 시간을 꾸준하게 이어왔다는 데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1만 가족 촬영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도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식구 행복을 저장합니다"…6천번째 다문화가족 사진촬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