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과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현장에 나와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 사진=이송렬 기자
지난해 11월 과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현장에 나와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 사진=이송렬 기자
부동산 시장이 침체로 아파트값이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대체재로 꼽히며 주목받았던 오피스텔 가격도 덩달아 내리고 있다. 지난해 12만명이 청약하면서 경기도 과천 일대 시장을 뒤흔들었던 오피스텔 분양권이 대표적이다. '로또'로 불리면서 '억대 웃돈'까지 붙었지만, 이제는 거품이 대부분 빠진데다 나왔던 매물들은 거래가 장기간 없는 상태다. 과천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는 "아파트값도 휘청이는 마당에 오피스텔이 버티겠느냐. 분양권에 붙었던 웃돈도 하락하고 있다"고 했다.

27일 네이버 부동산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분양한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에 들어서는 이 오피스텔은 전날 기준 매물이 10개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 한 분양권 매물은 매맷값이 15억7868만원으로 웃돈이 없는 이른바 '무피' 매물이다. 해당 매물은 당첨자 발표 이후 6000만~7000만원까지 웃돈이 붙었던 매물이다.

과천시 별양동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오피스텔 주인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관련 문제로 웃돈 없이 내놓은 매물"이라며 "오피스텔 주인이 '무피'로 매물을 내놓은 이후 일부 수요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해당 매물뿐만 아니라 기존 웃돈에서 수천만원 하락한 분양권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전히 1억원대 웃돈이 붙은 매물도 있지만 찾는 이들은 없었다. 웃돈이 반토막 이상이 나 적게는 3500만~5000만원가량 붙은 매물들이 남아 있다.
해당 오피스텔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해당 오피스텔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해당 오피스텔은 전용 84㎡의 분양가가 약 16억원대였지만, 지난해 11월 청약에서 12만4426개의 통장이 접수될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터졌던 곳이다. 평균 경쟁률은 1398대 1, 일부 면적대에선 5761대 1을 기록하는 등 네 자릿수 경쟁률이 나왔다. 분양가가 최고 22억원, 청약 증거금이 1000만원이 필요했음에도 많은 수요자가 몰렸다.

하지만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웃돈이 추락하는 상황이 됐다. 과천시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보니 오피스텔까지 영향을 미쳤다. 주택 시장 전반을 주도하는 아파트값은 수억원 하락했다.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 84㎡는 지난달 20일 15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기록한 최고가 17억8000만원(7월)보다 2억8000만원 내렸다. 같은 단지 전용 116㎡도 지난달 20일 17억원에 거래됐는데, 이 면적대는 지난해 19억원(7월)까지 가격이 뛰기도 했다.

원문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거래가 많지 않아 최근에 거래가 단지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집값이 더 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 매수자도 없는 상황이라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고 확실하게 답하긴 어렵다"고 귀띔했다.
경기도 과천 원문동 인근에 있는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한경DB
경기도 과천 원문동 인근에 있는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한경DB
아파트값이 하락하다 보니 아파트 대체재로 인식되는 오피스텔 가격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엔 없단 설명이다. 지난해 집값이 가파르게 뛰자 중대형 오피스텔이 아파트 대체재로 상승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원문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엔 오피스텔이든 아파트든 찾는 사람이 없다"며 "당분간 과천 부동산 시장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가격은 지난달 7월 0.03% 하락을 시작으로 지난달엔 낙폭이 0.07%로 커졌다. 과천이 있는 경기도 오피스텔 가격은 지난달 0.06% 하락했다.

거래량도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월별 건물용도별 건축물 거래현황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올해 1월 1만4932건이었는데, 지난 6월 1만496건으로 줄어들더니 7월엔 7420건으로 1만건 아래로 내려왔다. 경기도 오피스텔 거래량도 올해 1월 5038건에서 6월 3756건으로 3000건대로 하락하더니 7월엔 2500건으로 2000건대로 떨어졌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