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하루 만에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일 군사 공조 강화 및 한·미 해상 연합훈련을 겨냥한 도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핵 무력 보유를 법제화한 북한이 향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발사체, KN-23 미사일로 추정

25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6시53분께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한 발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이 미사일은 고도 60㎞로 약 600㎞를 비행했으며 속도는 마하 5(음속 5배)로 탐지됐다. 합참은 미사일이 차량형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발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은 발사된 미사일이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KN-23)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사일은 종말 단계에서 KN-23의 특징인 회피 기동을 시행했고, 일부 구간에서는 상하 기동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KN-23은 낮은 비행고도와 비행거리 대비 복잡한 궤도 탓에 기존 방공체계로는 탐지·요격이 쉽지 않은 미사일 무기 체계로 평가된다.

북한의 도발에 대통령실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미 연합훈련 겨냥한 듯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항의하는 성격이 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3일 부산에 입항한 레이건함 항모강습단은 두 척의 핵잠수함 등과 함께 26일부터 29일까지 한국 해군과 고강도 해상 연합훈련을 펼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등장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기조도 도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대북 확장억제 및 도발 공동 대응을 위한 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핵 무력 보유를 법제화한 이후 첫 도발이라는 점에서 대내적으로는 핵 무력 강화가 빈말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라며 “대외적으로는 한·미 확장억제력을 탐색하고 7차 핵실험의 길을 닦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미사일의 비행 거리가 발사 지점인 태천에서 부산항까지의 거리와 비슷한 600㎞라는 점에서 경북 성주에 있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회피 기동 훈련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합훈련 기간 추가 도발 유력

안보 당국은 연합훈련 기간에 SLBM 발사 등 북한의 추가 도발이 이뤄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지난 24일 윤 대통령이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SLBM 등 북한의 도발 징후와 동태를 파악했다고 공개했다. 다음날 발사된 미사일이 잠수함이 아닌, 내륙에서 발사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훈련 기간 SLBM 발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북한 도발에 대해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탄도미사일 발사를 인지하고 있다”며 “미국의 한국과 일본에 대한 방어 공약은 철통같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이번 발사는 주변 국가와 국제 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