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줘 우리를, 우리 지닌 것으로·바게트 소년병
[신간]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 타워' 등의 작품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한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장편 소설이다.

섣달그믐날 밤, 여든 살이 넘은 세 노인이 호텔 방에서 엽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다.

유서 속의 한 문장은 "이미 충분히 살았습니다".
이야기는 이들이 왜 자살에 이르렀는지보다, 상실을 마주한 이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려내는 데 중심을 둔다.

예상하지 못한 죽음을 계기로 가족, 고인과 인연을 맺은 이들의 평범한 일상은 뜻하지 않게 움직인다.

연락이 끊겼던 가족이 다시 이어지고, 낯선 사람과 메일을 주고받고, 새로운 인연이 생기기도 한다.

이들이 기억하는 방식에 따라 고인의 인생도 떠오른다.

어쩌면 모든 죽음은 온전히 고인의 몫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의 것일지도 모른다.

소담출판사. 276쪽 1만4천800원.
[신간]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 불러줘 우리를, 우리 지닌 것으로 = 어맨다 고먼 지음. 정은귀 옮김.
미국 첫 청년 계관 시인이자 사회운동가인 어맨다 고먼의 첫 시집이다.

고먼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역대 최연소로 축시를 낭송하고, 슈퍼볼 역사상 처음으로 축시를 낭독해 화제가 된 젊은 시인이다.

타임지 '2021년을 빛낼 인물 100'인에도 선정됐다.

시집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겪으며 역사, 언어, 정체성, 지워진 사람들 등 다양한 주제를 탐구한 시 70편이 수록됐다.

시인은 시집 전반에 걸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칭하는 '우리'(We)를 주어로 썼다.

'우리는 빛 속에서 발화하는 게 아니라 빛이 부족한 데서 발화한다 (중략) 이 혼란 속에서, 우리는 선명함을 발견할 것이다/ 고통 속에서 우리는 연대를 찾아야 한다'('아침의 기적' 중)
은행나무. 248쪽. 1만5천 원.
[신간]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 바게트 소년병 = 오한기 지음.
2012년 등단해 젊은작가상을 받은 오한기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지난 7년간 발표한 단편 소설 가운데 신선한 감각의 독창적인 이야기 7편을 엮었다.

수록작 '펜팔'과 '세일즈맨'에는 소설가 오한기가 화자로 등장한다.

'펜팔'은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펜팔을 주고받는다는 설정이 능청스럽다.

"내 편지는 현실에 대한 징징거림이, 그의 편지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주를 이뤘다". 작가는 이 전 대통령을 B란 이니셜로 칭하며 펜팔 친구가 된다.

'세일즈맨'은 무엇이든 세일즈의 대상이 된 현실을 블랙 유머를 섞어 그려냈다.

문학동네. 308쪽. 1만4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