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인터뷰·文 토론회 축사…'한반도 프로세스' 두고 신구 권력 충돌 양상
9·19 4주년 D-1, 尹대통령 순방 떠난 날…상대측 실점 부각 주력
尹-文, 대북 충돌…"특정교우 北집착" vs "9·19 합의 이행해야"
9·19 평양공동선언 4주년을 하루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북 문제에 엇갈린 시선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떠난 18일(한국시간) 보도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는 북한이라고 하는 특정한 교우(a friend in his classroom)에 대해서만 좀 집착해왔다"며 문재인 정부를 직격했다.

공교롭게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일궈낸 9·19 군사합의 등 남북합의를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강조하면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놓고 서로의 실점을 부각하는데 주력하면서 신·구 권력이 충돌하는 모양새가 됐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실패로 규정하고 이를 사실상 폐기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비핵화 조치에 맞물려 대북 경제·정치·군사적 상응조치를 제공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은 '담대한 망상'이라고 맹비난하며 남북관계 매듭은 정권 교체 이후에도 꼬여있는 상태다.

최근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9·19 선언 4주년'을 계기로 잠복했던 현 정부와 전임 정부 간 대북노선 충돌이 다시 불붙는 분위기다.

여당도 윤 대통령의 발언에 보조를 맞춰 야권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보여주기식의 '평화 쇼'에 불과했다며 각을 세웠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권이 임기 내내 평화 쇼를 고집했지만, 북한의 핵무장 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됐고 그 결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공개된 NYT 인터뷰에서 '특정한 교우 집착' 언급과 함께 "소위 미중간 경쟁 틈바구니에서 저희는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고, 명확한 입장을 갖고 국제사회에서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내 북한 문제에 집중하던 지난 정부와 달리 외교 무대에서 운동장을 넓게 쓰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은 북핵 위협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안보협력이라고 하는 것은 그 역시도 북핵 위협에 대응해 동북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어 체계"라고 말했다.

또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확장 억제를 더욱 내실화하고 강화하는 것에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위시해 여권이 문재인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尹-文, 대북 충돌…"특정교우 北집착" vs "9·19 합의 이행해야"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아직도 '문재인 아니면 안 된다'는 'ABM'(Anything But Moon)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라며 "외교적 무지를 변명하고자 지난 정부의 정책을 깎아내린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작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비핵·개방 정책만 되뇌니 한심하다"며 "대치와 갈등을 조장해 얻을 것은 국민 불안과 한반도 긴장 고조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야당이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 데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문재인 정부의 상징이라는 자부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7·4 공동성명부터 이어진 남북 합의의 성과물로서 문재인 정권의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가치를 부정하는 듯한 윤 대통령의 언급을 방관하기만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도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공개된 서면 축사에서 "(9·19 합의는) 반목과 대립, 적대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을 만방에 알렸다"며 "남북군사합의서를 부속합의서로 채택해 군사적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천적 조치를 합의했다"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9·19 군사합의 등을 두고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퇴임 이후 공식적으로 현안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문 전 대통령과 주파수를 맞췄다.

이 대표는 같은 행사의 서면 축사에서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2018년 이전으로 회귀했다"며 "비싼 평화가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고 밝혔다.

현 정권에서 한반도 평화에 진전이 없다는 점을 상기하며 외교·안보 분야에서 민주당의 비교 우위를 역설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