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진은영 "우리는 평생 '사랑의 아마추어'죠"
“지구상에 달팽이가 3만5000종이나 된다는 걸 아세요? 인간이란 존재는 한 사람마다 다른 종 같아요. 그만큼 다양하고 제각기 독특하죠. 제가 생각하는 ‘좋은 시’는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시예요.”

신작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출간한 시인 진은영(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라는 한계를 넘어서게 한다는 점에서 사랑과 시는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2년 <훔쳐가는 노래> 이후 10년 만에 시집을 낸 그는 “심장병과 시 쓰는 일에 대한 고민으로 한동안 시를 쓸 수 없었다”고 했다. 시인 진은영을 손꼽아 기다리던 독자들의 환대는 뜨겁다. 출간하자마자 인터넷 서점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10위에 안착했고, 교보문고 시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안희연, 오은, 김승일, 황인찬 등 추천사를 쓴 동료 시인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시인 진은영 "우리는 평생 '사랑의 아마추어'죠"
이번 시집은 명실상부한 ‘사랑의 시집’이다. 시집에 수록된 첫 시는 ‘청혼’이고, 총 3장으로 이뤄진 시집의 첫 장 제목은 ‘사랑의 전문가’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시집 해설에 “그가 무엇보다도 사랑의 시인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기로 하자”고 썼다.

그런데 막상 ‘사랑의 전문가’라는 시는 ‘나는 슬픔과 망각을 섞지 못한다. 푸른 물과 기름처럼. 물 위를 떠돌며 영원히’라고 하며 비극처럼 끝난다. “사랑의 전문가가 되기란 불가능하다는 건 비극이 아니라 사랑이 가진 힘이자 희망”이라고 그는 말한다.

진 시인은 “전문가란 계획과 결과가 일치하는 사람”이라며 “사랑은 언제나 예상 밖으로 전개되고, 그런 점에서 우리는 내내 사랑의 아마추어”라고 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사랑의 힘은 그런 어긋남에 있죠. 예컨대 신데렐라 이야기가 매력적인 것은 우리가 모든 현실적 제약과 계급을 뛰어넘는 일이 사랑을 통해서만 겨우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그에게 시는 치유이자 연대고, 동시대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다. 이번 시집의 2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예은 학생에게 바쳤다. 진 시인의 시론(詩論)을 담은 ‘그러니까 시는’은 이렇게 선언한다. “시여 네가 좋다/너와 함께 있으면/나는 나를 안을 수 있으니까//그러니까 시는/여기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