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한산' 박해일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흥행 시너지"
"관객에 불편함 주진 않지만 반복된 이미지 소비는 부정적 영향 가능성"
팬데믹이 만든 영화 '겹치기 출연'…시너지일까 역효과 날까
코로나19로 개봉을 미뤘던 영화가 쏟아져 나오면서 한 배우의 출연작 여러 편이 동시에 관객을 만나는 경우가 잦아졌다.

배우 설경구는 올 상반기에만 '킹메이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야차' 등 주연작 세 편을 선보였다.

송강호는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브로커'에 이어 '비상선언'으로 관객을 찾았고, 박해일이 출연한 '헤어질 결심'과 '한산: 용의 출현'도 비슷한 시기 개봉했다.

박해일은 '한산' 제작보고회에서 "'헤어질 결심'이 내일 개봉인데 새로운 작품 제작발표회를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코로나19로 이런 상황이 펼쳐지게 됐는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이렇게 됐으니 그냥 즐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만든 영화 '겹치기 출연'…시너지일까 역효과 날까
소위 '겹치기 출연'은 관객에게 신선함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해일은 완전히 다른 성격의 작품으로 관객을 찾으면서 시너지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헤어질 결심'에서는 깔끔하고 예의 바른 형사 해준을, '한산'에서는 덕장(德將) 이순신을 연기했다.

지난 6월 개봉한 '헤어질 결심'은 전날까지 누적 관객수 190만 명대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120만 명)을 넘어섰다.

'한산'은 누적 관객수 700만명을 돌파하며 올여름 한국영화 대작 네 편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박해일의 경우 '헤어질 결심'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한산'이 외려 시너지를 받았다"며 "두 작품에서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나왔기 때문에 '겹치기 출연'이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산' 개봉 당시 온라인상에서는 '왜놈 칠 결심', '조선이 그렇게 만만합니까?', '그 친절한 장군의 심장을 가져다주세요' 등 '헤어질 결심' 대사 패러디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박해일 분)의 후배 수완 역을 맡았던 고경표도 코미디 '육사오', 넷플릭스 오리지널 '서울대작전'으로 잇따라 관객과 만나고 있다.

'육사오'는 개봉 5일째인 지난달 28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뒤 '공조 2: 인터내셔날'이 개봉하기 전날까지 열흘 연속 정상을 지켰다.

팬데믹이 만든 영화 '겹치기 출연'…시너지일까 역효과 날까
이들과 달리 한 배우가 주연한 같은 장르 작품이 연달아 개봉하는 경우도 있다.

라미란은 오는 28일 개봉하는 '정직한 후보 2', 내달 5일 개봉하는 '컴백홈' 주연을 맡았다.

두 작품 모두 코미디다.

이렇듯 같은 장르 영화에 겹치기 출연을 하는 경우 기시감을 지우지 못해 흥행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한 배우가 출연한 작품이 동시에 개봉했을 때 둘 다 잘된 경우는 드물었다"며 "최근 영화 관람료 인상 등으로 소비심리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 한 배우가 주연을 맡은 같은 장르 영화가 일주일 차이로 개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제작됐지만 아직 개봉하지 못한 작품들이 남아있는 만큼 당분간 겹치기 출연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윤성은 평론가는 "불가피하게 찍어놓은 영화의 개봉 시기가 비슷하게 되는 경우라서 배우 잘못이 아니다.

다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관객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정덕현 평론가는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객에게 불편함을 주지는 않지만 한 배우가 같은 이미지로 계속 소비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