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출신 5선 중진, 현직 국회부의장 '윤핵관 최다선'
대화·타협 중시, 소통·중재력 강점…'이준석 갈등' 국면선 李와 정면대립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화합을 이끌어낼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5선 중진이자 국회부의장인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이 등판했다.

정 부의장 표현대로 '독배'를 받아든 셈이다.

국민의힘은 7일 정 부의장이 새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내 최다선 현역 중 한 명이자,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 의원 중에서도 선수가 가장 높아 '맏형' 격으로 여겨진다.

정 부의장은 3·9 대선 이후 지속적으로 내홍에 시달리는 당을 추스르고 순조롭게 차기 리더십을 창출, 집권여당으로서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동반하락세 속에 고전하는 당정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도 숙제다.

그는 이날 국회 소통관 회견에서 "당의 극심한 내분으로 윤석열 정부가 힘차게 발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윤석열정부가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수 있도록 집권여당부터 정신 차리겠다"고 수락 일성을 밝혔다.

비상대권 '독배' 받아든 정진석…與 내홍수습 구원투수 등판
정치부 기자로 1985년 12대 국회부터 여의도를 오간 그는 16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금배지를 달았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에 "국회와 의회민주주의의 발전"을 지켜봤다고 자부하는 그는 '소통의 정치인'으로 통한다.

언론계와 국회·정당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온 만큼 이준석 전 대표와의 법정 공방 속에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봉합하는 데에도 특유의 중재력과 소통력을 발휘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실제로 정 부의장 특유의 정치 스타일은 과거 진영 내 갈등 국면에서도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부의장은 이명박(MB)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등 나머지 윤핵관도 상당수가 MB 청와대 출신으로 인연이 있다.

비상대권 '독배' 받아든 정진석…與 내홍수습 구원투수 등판
2016년 4·13 총선 참패의 후폭풍 속에서 극심한 내홍이 빚어졌던 옛 새누리당 시절 7개월간 원내사령탑을 지낸 바 있으며, 올해 대선 직후 치러진 6·1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비교적 큰 잡음 없이 공천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평가된다.

충남 공주 태생의 정 의원은 윤 대통령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 정 부의장 세 사람은 모두 1960년생 동갑내기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새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최근까지도 당 안팎에서 꾸준히 거론됐으나, 국회부의장 겸직 문제 등이 지적되면서 유야무야됐다.

당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로 분류된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측면도 적지 않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런 와중에 '외부영입설'이 불거지면서 '정진석 카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듯 했다
정 부의장 스스로도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이번 하마평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전당대회를 지휘해야 하는 새 비대위원장은 공정성 측면에서 직접 출마가 사실상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당대표 권한대행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접 서너 차례 국회부의장실을 찾아 수락을 설득한 끝에 정 부의장의 승낙을 얻었다는 게 권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이번 비대위원장 발탁 과정에서 당과 용산 간의 물밑 교감이 있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상대권 '독배' 받아든 정진석…與 내홍수습 구원투수 등판
협치와 대화를 중시하는 정 부의장이지만, 대선을 거치며 윤 대통령과 대립을 이어온 이 전 대표와의 갈등 국면에서는 전면에 나서서 강경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같은 공개 충돌을 거치면서 이 전 대표는 정 부의장을 '윤핵관 호소인'이란 표현으로 직격한 바 있다.

당정 간의 단일대오를 공고히 하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에 기대감이 나오는 한편, 법원의 가처분 심리 등을 앞두고 이 전 대표와의 감정싸움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한편에선 공존한다.

정 부의장은 이날도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윤핵관이니 그런 표현을 듣지 않았나"라며 "그런 갈등과 분열이 노정된 상황에서 나서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자문을 수없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이 전 대표에 관해 묻자 "당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계속되는 분열상과 갈등상을 이어가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좀 해주기를 요청하고 싶다"면서 최근 이 전 대표와 통화를 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오는 14일 법원의 가처분 심리가 예고된 가운데, '정진석 비대위'가 파고를 넘어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충청권의 맹주였던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정치적 아버지'로 따랐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배우자 이미호씨와 2녀를 두고 있다.

같은당 박덕흠 의원과는 사돈 사이로도 알려져 있다.

▲충남 공주(62) ▲성동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한국일보 정치부 차장·국제부 차장·워싱턴특파원·논설위원 ▲제16·17·18·20·21대 국회의원 ▲국회 정보위원장 ▲대통령 정무수석 ▲국회의장 비서실장 ▲국회 사무총장 ▲ 새누리당 원내대표 ▲ 21대 국회 국회부의장 ▲ 한일의원연맹회장
비상대권 '독배' 받아든 정진석…與 내홍수습 구원투수 등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