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데뷔 26주년 기념일에 17년만의 4집…"새로운 음악 보여드리려"
"세계무대 활약 후배들 대단하고 안쓰러워…데뷔앨범 받은 순간 지금도 생생"
강타 "요즘 춤도 제가 추니 90년대와 섞여 뉴트로 되더라구요"
"잘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불러보니 달랐어요.

보컬의 흐름이나 톱 라인(Top Line·주된 멜로디)의 형태가 많이 바뀌어 있더라고요.

요즘 음악을 귀로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퍼포머로서 표현하려니 힘들었어요.

"
가수 강타는 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정규 4집 '아이즈 온 유'(Eyes On You)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17년 만에 정규음반을 낸 것을 두고 "안무가께서 안무 시안을 보여줬을 때는 '요즘 춤'이었는데 내가 추니 90년대 춤과 섞여 뉴트로가 됐다"고 소회를 밝히며 웃었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96년 9월 7일 그는 1세대 아이돌 그룹의 대표 주자 H.O.T.의 메인보컬로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H.O.T.는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그 자체로 한국형 아이돌 그룹의 대명사가 됐을 만큼 1990년대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는 "기다려주신 팬 여러분께는 그간 음악적으로 소통을 띄엄띄엄한 데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요즘 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어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개인 (안무) 레슨부터 받았다"고 했다.

이번 4집은 2005년 3집 '페르소나'(Persona) 이후 무려 17년 만의 정규 음반이다.

동명의 타이틀곡 '아이즈 온 유'를 비롯해 NCT 태용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스킵'(Skip), 아르앤드비(R&B) 솔 그룹 헤리티지가 참여한 '버킷리스트', 서정적인 가을 노래 '한 사람', 2022년 버전으로 재해석한 '가면 2022', 래퍼 팔로알토가 피처링한 '러브 송'(Love Song) 등 총 10곡이 담겼다.

강타는 "여태까지 들으셨던 제 목소리, 창법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의 음악을 실으려고 노력했다"며 "예전처럼 노트(음)를 길게 가져가지 않고 깔끔하게 끊어서 불러 트렌디하게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아이즈 온 유'는 긴박한 드럼과 여유로운 스트링 사운드가 어우러지는 아르앤드비 곡이다.

둘만의 시간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야경 속에서 함께 추는 춤에 빗대어 로맨틱하게 표현해냈다.

그는 "대중적으로 들으실 수 있는 예쁜 멜로디가 들어가 있다"며 "퍼포먼스를 꼭 해 보고 싶었는데 안무가께서 좋은 안무를 만들어주셨다"고 흡족해했다.

강타는 지난달 20일 5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된 SM타운 콘서트에서 '아이즈 온 유' 무대를 먼저 선보인 바 있다.

그는 "팬들을 바로 앞에 두고 공연하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지 않으냐"라며 "신곡까지 들려드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지만 떨렸다.

난 떨지 않을 줄 알았는데 무대에 서기 전에 떤 기억밖에 안 난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스킵'은 SM엔터테인먼트의 최고참 강타와 까마득한 후배 태용이 합을 맞춘 노래다.

강타는 태용 이야기가 나오자 "태용이 랩 메이킹에 직접 참여했는데 멜로디도 잘 만들더라"며 "톱 라이너(Top Liner·멜로디 제작자)의 길을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까지 말했다.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수록곡 '가면 2022'는 3집 타이틀곡 '가면'의 셀프 리메이크다.

직전 음반 타이틀곡을 리메이크하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자신은 17년이나 지났기에 가능했다고 장난스레 말했다.

강타는 "2005년 버전 '가면'을 들으면 내가 엄청 운다.

감정을 드러내는 게 그때의 트렌드였다"며 "이번엔 감정을 절제하고 담백하게 불러봤다"고 차이점을 소개했다.

강타 "요즘 춤도 제가 추니 90년대와 섞여 뉴트로 되더라구요"
그는 2001년 H.O.T. 해체 이후로도 2000년대 초반 '북극성', '스물셋', '그해 여름', '사랑은 기억보다' 등의 자작곡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왕성한 음악 활동을 해 왔다.

그러다 2005년 3집 이후 17년 동안이나 정규음반을 내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강타는 "그동안 중간중간 중국 활동도 겹쳐서 앨범을 내기 부담스러운 시기가 있었다"며 "앨범 발매 후 성공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성공 여부를 떠나 오랫동안 함께 해준 팬에게 음악적으로 소통하는 선물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세월은 흐를 것이고 자연스레 나이는 들어가며 우리 모습과 상황은 변하겠지만 이렇게 계속 함께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늙고 지쳐도 함께 하자"며 팬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K팝의 인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NCT·레드벨벳·에스파 등 소속사의 많은 후배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소감이 궁금했다.

사실 '한류'라는 단어 자체가 2000년 H.O.T.의 중국 베이징 콘서트를 기점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것이기도 하다.

강타는 "후배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안쓰럽다는 느낌이 든다"며 "어깨에 놓인 무게가 우리 때보다 훨씬 클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만큼 큰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며 "내가 음악을 내면 전 세계에서 들어주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기는 하다"고 기대감도 내비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요? 데뷔 앨범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죠. 제 목소리가 들어간 CD와 이름이 들어간 속지를 넘겨 보던 순간은 26년이 지났어도 잊히지 않아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