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말 시행된 새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외감법)을 두고 기업과 회계업계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감사 비용 증가로 중소기업 등의 부담이 커졌다는 비판과 투명성 및 신뢰성이 개선됐다는 주장이 맞서는 등 평가가 엇갈린다. 금융당국은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올해 안에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내 개선안 나올 듯

"감사부담 커져" "회계 투명성 제고"…기업·회계업계, 신외감법 두고 갈등
6일 금융위원회는 신외감법 운영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 사항을 도출하기 위해 ‘회계 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이 단장을 맡았다. 기업·회계업계·학계 등도 참여했다. 지난 1일 1차 회의를 열고 회계 개혁에 대한 각계 의견을 공유했다.

신외감법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기업과 회계법인의 유착을 막아 회계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영계 참석자들은 신외감법 시행으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상장협에 따르면 상장사 평균 감사보수는 2017년 1억2500만원에서 지난해 2억8300만원으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상장협 관계자는 “기업과 감사인 간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며 “부작용이 심한 ‘단기 스테로이드 처방’ 대신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원칙적 처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말한 단기 스테로이드 처방은 신외감법의 핵심 내용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등을 가리킨다. 원칙적 처방이란 내부고발 활성화, 감사(위원회) 기능·감리·형사처벌 강화 등을 말한다.

반면 회계업계는 신외감법 시행으로 회계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감사 비용 증가로 기업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제대로 된 외부감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외부감사법 개선 방안을 가급적 연내 도출할 계획이다. 이 정책관은 “회계 개혁으로 도입된 제도가 당초 취지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점검해 볼 시점”이라며 “회계 투명성 제고라는 정책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 개선 방안이 도출되도록 민관 합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장 “中企 감사 기준 마련할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10개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신외감법의 큰 틀을 바꾸기보다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계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원장은 “신외감법 시행으로 독립적으로 외부감사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강화됐다”며 “중소기업들은 회계 개혁에 따른 인적·물적 부담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일부 회계법인의 감사 품질에도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감사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금융위·한공회 등과 협력해 소규모 기업용 감사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한 회계 부정에 대해서는 사후 적발 및 제재를 엄정하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지난 3년간 계도 기간을 거친 내부 회계 본격 감리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