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여성 복장규제 강화 뒤 단속 위한 후속조치
서방 전문가 "이란, 폭력적 전체주의에 신기술 결합"
"이란, 히잡 안쓴 여성 단속하려 안면인식 기술 활용"
이란이 안면인식 기술로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감시할 계획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권선징악위원회를 이끄는 모하마드 살레 하셰미 골파예가니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 정부가 공공장소에서 계획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중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히잡 착용을 한층 엄격하게 적용하는 새 법령에 서명한 데 따른 조치다.

새 법령에는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면 6개월에서 1년간 사회적 권리를 박탈하고 공무원은 해고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의무적으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에 반발한 이란 여성이 히잡을 뒤로 써서 머리를 좀 더 노출하는 등 복장 규제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란 정부가 히잡 중요성을 설파하려고 7월 12일 지정한 '히잡순결일' 전후로는 이란 여성 상당수가 히잡을 쓰지 않고 거리로 나서거나 대중교통을 타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전국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이란 당국은 규제 위반자를 체포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고 붙잡힌 여성을 TV에 출연시켜 자백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날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히잡 착용에 항의해 시위에 나선 이란 여성 300여명이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란 정부가 여성 감시기술을 미리 도입한 생체신분증 제도를 토대로 활용할 것으로 분석한다.

이란 정부는 2015년부터 생체신분증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왔는데 칩 안에 홍채, 지문, 안면 등 정보가 저장돼있어 외부 카메라나 SNS에 얼굴이 노출되면 누군지 금방 알아낼 수 있다.

네덜란드 트벤터대 소속 아자데 아크바리 연구원은 "이란에서 많은 공공서비스가 점점 생체신분증에 의존해가는 추세라 지금 이란 인구 상당수는 국가의 생체정보 뱅크에 입력돼 있다"며 "그래서 이란 정부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 접근할 수 있고 어디서 왔는지 알거나 쉽게 찾아내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부는 안면인식을 활용해 법을 어기는 사람을 구별해낸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활용해왔다"며 "폭력적인 구시대적 전체주의 통제 위에 신기술을 결합한 것"이라고 해설했다.

영국 소아스런던대학교 이란연구센터의 애나벨 스레버니 명예교수는 "라이시 대통령은 진정한 이데올로그"라며 "이란은 심각한 경제·환경 문제에 직면해있고 인플레이션율도 아마 50%로 치솟은 걸로 아는데 이 상황에서 정부는 여성 권리에 집중하기로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