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둠둠·홈리스
▲ 둠둠 = 이나(김용지 분)는 한때 실력 있는 디제이로 인정받았지만 엄마 신애(윤유선)의 반대로 음악을 접었다.

텔레마케터로 일하며 엄마와 교회에 나가는 이나는 과거 동료들을 우연히 만난 뒤 음악 하는 삶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한다.

이나가 되찾고 싶은 건 더 있다.

아빠가 일찌감치 떠나고 여의치 않은 사정 때문에 위탁가정에 맡겨놓은 아이다.

그러나 현실은 바램과 반대로만 간다.

미혼모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새영화] 둠둠·홈리스
한때 함께 디제잉을 했던 동료는 이제 아이돌 밴드와 협업하며 TV에도 나온다.

음악을 다시 시작한 이나는 그런 식으로 타협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테크노의 성지가 된 독일 베를린에서 디제이로 일할 기회를 얻기 위해 오디션을 준비한다.

현직 디제이 하임(haihm)과 일렉트로닉밴드 이디오테입의 멤버 제제(ZEZE)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강렬한 비트의 전자음악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클럽 내부가 주요 공간적 배경으로 활용한 미장센 역시 감각적이다.

[새영화] 둠둠·홈리스
정원희 감독은 음악영화의 형식으로 현대인의 불안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엄마 신애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지하실에 대피공간을 구축해놓고 신에게 구원을 빈다.

이같은 불안은 영화 속 몇 차례 지진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신애는 남편에 이어 딸마저 자신을 떠날까 봐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이나의 꿈인 전자음악마저 '사탄의 음악'으로 깎아내리면서 껍데기만 남은 가족에 집착한다.

신애와 이나, 이나와 맡겨둔 딸의 모녀 관계가 대칭을 이루면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드러낸다.

15일 개봉. 101분. 15세 관람가.

[새영화] 둠둠·홈리스
▲ 홈리스 = 가족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스무 살 한결(전봉석)과 열아홉 살 고운(박정연)은 보증금 사기를 당해 집을 잃었다.

낮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침대에 갓난아기를 눕히고, 밤에는 찜질방에서 잠을 청한다.

한결은 배달 라이더, 고운은 전단지 배포 일을 한다.

그러나 갑자기 병원에 가게 된 아기 입원비도 대지 못한다.

한결은 홈리스 생활을 끝내기 위해 꺼림칙한 선택을 한다.

초밥 배달로 안면을 튼 독거 할머니가 집을 비운 틈을 타 할머니의 정원 딸린 단독주택에 들어간다.

[새영화] 둠둠·홈리스
그러나 허락도 없이 입주한 남의 집이 안락할 리는 없다.

호의를 베풀던 할머니의 죽음에서 시작된 사건은 이를 숨기려는 한결과 고운의 행동들로 인해 스릴러가 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연상시키는 설정으로 주거빈곤과 비정규 노동, 노인 고독사 등 한국사회의 여러 약한 고리를 건드린다.

임승현 감독의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졸업작품으로, 지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영화제에 초청됐다.

15일 개봉. 83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