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 가격을 음용유(마시는 우유)와 가공유(치즈 등 가공제품을 만드는 용도의 우유) 등 용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제도가 내년부터 도입된다. 생산비만 반영해 단일 가격으로 결정하던 기존 방식 대신 수요 변화와 용도 등을 반영하는 새 체계를 도입하기로 정부, 유업계, 낙농업계가 의견을 모으면서다. 제도 개편을 둘러싼 갈등으로 늦어졌던 올해 원유값 협상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일 열린 간담회에서 원유 생산자(낙농가), 수요자(유업체), 소비자단체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원유 가격 결정 방식 개선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 개편 등 정부가 추진 중인 낙농제도 개편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농식품부가 제도 개편 의지를 공식화한 지 약 1년 만이다.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분류해 가격을 달리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일단 올해 예상 원유 생산량인 195만t에 대해 음용유 가격(L당 1100원)을 적용하고, 추가로 생산되는 10만t에 대해선 이보다 저렴한 가공유 가격(800원)을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수급과 관계없이 생산비에만 연동돼 있던 가격 결정 방식도 수급 상황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생산자단체들은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농가 소득을 낮출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정부가 현재 생산량 수준까지는 기존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물량을 조정하겠다고 약속하자 이를 수용했다. 이들은 당분간 가격이 더 낮게 책정되는 가공유의 비중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우유 시장 참여자들의 협의체인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구조도 바뀐다. 이사회 개의 기준을 3분의 2에서 과반수로 낮춰 다양한 낙농 관련 안건이 이사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낙농가와 유업체 중심으로 꾸려진 이사회에 소비자, 학계 등 중립적 인사를 추가로 참여시키는 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생산자단체 등이 대승적 차원에서 제도 개편 방향을 큰 틀에서 합의한 것은 낙농산업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