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측 "수령 거부하든지 우크라 전쟁 희생자들에 전달하라"
러 가스기업 노바텍 지분 보유 따른 거액 배당금 수령 놓고 '곤혹'
우크라, 佛 토탈에너지에 "러 배당금은 피묻은 돈" 포기 압박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에 연료를 공급했다는 의혹으로 비난 세례를 받았던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가 이번엔 러시아 가스 기업에서 나온 배당금을 포기하라는 압박에 직면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토탈에너지가 러시아 민간 가스 업체 노바텍에 보유한 지분 19%에 따른 배당금 4억4천만 달러(약 5천900억원)를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수석 보좌관들인 올렉 우스텐코와 미하일로 포돌랴크 등은 최근 패트릭 푸얀 토탈에너지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그가 노바텍으로부터 받는 배당금으로 무엇을 할 계획인지 물었다.

우크라이나 측 서한은 노바텍이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제한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올 상반기 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22억7천만 달러를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한 뒤 공개됐다.

보좌관들은 "배당금은 피 묻은 돈이며, 우크라이나인들의 희생의 대가로 취해진 폭리 때문에 불어났다"면서 토탈에너지가 배당금을 거부하든지 그 돈을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곤혹스런 입장에 처한 토탈에너지 측은 이같은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 주장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푸얀 대표는 앞서 지난 4월 토탈에너지가 노바텍 주주로서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대러 제재가 배당금 수령을 금지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토탈에너지는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크렘린궁과 관계를 유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토탈에너지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면서 대러 신규투자를 동결했지만 러시아 철수를 결정한 다른 서방 기업들의 뒤를 따르지는 않고 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영국 에너지 기업 BP와 셸,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 등이 잇따라 러시아 내 사업을 접거나 지분 매각을 밝힌 것과 대조를 이뤘다.

최근엔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토탈에너지와 노바텍이 함께 운영하는 시베리아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 콘덴세이트(휘발성 액체 탄화수소)가 지난 6개월 동안 제트기 연료로 러시아 공군기지 2곳에 공급됐다고 보도하면서 곤욕을 치렀다.

토탈에너지는 결국 이 가스전 지분 49%를 나머지 51% 지분을 가진 노바텍에 넘기기로 했다.

노바텍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러시아 억만장자 겐나디 팀첸코가 대주주이며,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도 10%의 지분을 보유한 러시아 최대 민간 가스업체다.

토탈에너지는 지난 2004년 노바텍 지분 25%를 10억 달러에 매입하며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진출했다.

노바텍은 토탈에너지와 함께 시베리아 테르모카르스트보예 가스전 개발 사업을 포함한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우크라, 佛 토탈에너지에 "러 배당금은 피묻은 돈" 포기 압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