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인사들 잭슨홀 강경 발언에 '최소 빅스텝' 전망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에서도 강력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대세를 이룬 가운데 다음 달 8일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구체적인 인상 폭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선 연준처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부상한 가운데 0.5%포인트 인상('빅스텝') 등 '상대적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요아힘 나겔 총재는 "혹시나 있을 경기후퇴를 우려해 다음번 기준금리 인상을 미뤄서는 안 된다"며 긴축 사이클 초기에 금리 인상을 집중적으로 하는 '프런트 로딩'(front-loading) 방식이 고통스러운 경기침체 위험을 최소화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수록 중기 기대 인플레이션 또한 높은 수준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분류되는 나겔 총재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유럽이 인플레이션에 맞서겠다는 결단에 의문의 여지를 남겨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ECB의 다음 행보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의 한 축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 상승률이 7월에 8.9%를 기록한 데 이어 8월엔 9%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금리 인상 폭이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지난 주말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ECB 인사들이 강경 발언을 쏟아내 0.75%포인트 인상안이 탄력을 받고 있다.

예컨대 마르틴스 카작스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는 당시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0.50%포인트와 0.75%포인트 인상안 모두를 가능한 조치로 논의하는 데 열려 있어야 한다"며 "현재 관점에서는 최소 0.50%포인트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매파 인사인 클라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도 이날 통화정책의 신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

마디스 뮐러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도 물가 안정이 ECB의 주요 관심사가 돼야 한다며 다음번 회의에서 0.75%포인트 인상안이 선택지에 포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매우 큰 스텝을 밟을 필요는 없다.

점진적인 정상화가 적절할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지지했다.

그는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이 올해 중 정점에 도달하고 내년부터 꺾이기 시작해 2024년엔 목표치인 2%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도 않고 디플레이션을 일으키지도 않는 중립금리 범위를 0.5∼1.5%로 추정했다.

현재 기준금리의 일종인 예금금리는 0%이다.

단, 다른 ECB 인사들 대부분은 중립금리를 이보다 높게 보고 있으며 추정치가 1.5% 내외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파비오 파네타 ECB 집행위원은 경기둔화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고 관측했고,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를 꾸준하게 일정 폭으로 올리는 것이 대폭 인상하는 것보다 혼란의 위험을 덜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도 매파로…금리 인상폭 0.5%p냐 0.75%p냐 '설왕설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