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볼커 모멘텀'…9월 회의서 1%P 올릴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 26일(현지시간) 열린 ‘2022 잭슨홀 회의’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주제가 있다. 1978년 농업회의로 출발한 잭슨홀 회의가 1982년 폴 볼커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참석을 계기로 국제금융 포럼으로 바뀐 이후 줄기차게 다뤄온 ‘인플레이션 타기팅 상향 조정’ 문제다. 핵심은 물가 목표치를 올려 통화정책 여지를 넓게 가져가자는 것이다.

Fed는 물가 안정을 목표로 1913년에 설립됐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금본위제 집착, 1차산품 과잉생산 등으로 초래된 대공황으로 목표는 뒷전으로 물러났다. 테네시강 유역 개발로 상징되듯 국가 주도의 경기 부양과 고용 창출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뉴딜 정책의 근간이 된 케인스 이론도 탄생했다.

파월의 '볼커 모멘텀'…9월 회의서 1%P 올릴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그 후 베트남전쟁과 1차 오일쇼크 등의 시험대가 있었지만, Fed는 전성시대를 맞았고 케인스 이론도 주류 경제학으로 부상했다. 총수요 관리 방식대로 금리를 내리기만 하면 경기가 살아났고,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경기 과열에 따라 오르는 물가도 잡혔기 때문이다.

케인스 이론의 첫 시련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의 여파로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자 케인스 이론은 무력화됐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 물가가 더 오르고, 물가를 잡기 위해 재정지출을 줄이면 경기가 더 침체했기 때문이다.

Fed 내부에서도 고민에 빠졌다. 전통대로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아니면 전통을 깨고 “경기를 부양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를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Fed의 통화정책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 설전은 후일에 ‘볼커 모멘텀’과 ‘역볼커 모멘텀’ 간 대혈투로 비유된다.

평행선을 달리던 끝에 Fed는 볼커 모멘텀을 선택해 힘겹게 ‘물가 안정’이라는 설립 목표를 지킬 수 있었다. 역볼커 모멘텀의 경기 부양 과제는 미국 재무부로 넘어갔다. 재정정책도 케인지언의 총수요 관리대책이 한계에 봉착하자 세율 감소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는 공급 중시 대책으로 선회했다.

Fed의 통화정책 여건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했던 것은 정보기술(IT) 발전과 금융위기였다.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IT 발전으로 ‘고성장-저물가’라는 골디락스 신경제 신화를 낳았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또 다른 디스토피아 현상이 발생했다. 고용 사정은 2008년 이후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더 악화했다.

볼커 모멘텀도 흔들렸다. 고민 끝에 Fed는 2012년 ‘고용 창출’ 목표를 양대 책무로 설정했다. 그 이후 10년 동안 Fed의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보다 고용 창출에 더 우선순위를 뒀다. 역볼커 모멘텀을 따르는 일부 Fed 인사들은 고용 창출을 1선 목표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했다.

뒷전으로 물러날 뻔했던 볼커 모멘텀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다시 힘을 얻었다. Fed의 통화정책 여건에 또 한 차례 격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성장과 물가 간 관계는 종전의 ‘고성장-저물가’에서 ‘저성장-고물가’로, 고용과 성장 간 관계는 ‘고용 없는 성장’에서 ‘고용이 풍부한 저성장(job-full downturn)’으로 바뀌었다.

주식 투자자 사이에는 인플레 타기팅 상향 조정 주제가 그 어느 해보다 시선을 끌었다. 성장, 고용, 물가 간 트릴레마 속에 인플레 타기팅을 현행 2%로 고수한다면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증시에 대형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4%로 상향 조정되면 두 부담이 완화되면서 대형 호재가 될 수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를 미리 알 수 있었던 올해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볼커 모멘텀을 지킬 뜻을 밝히면서 다우존스지수가 당일 100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과연 Fed는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 여름 휴가철 이후 미국, 한국을 포함한 세계 증시 흐름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