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언어로 버무린 심리 스릴러…영화 '9명의 번역가'
글로벌 베스트셀러 '디덜러스' 마지막 권이 유출됐다.

출판도 되지 않은 '디덜러스'를 읽은 사람은 출판사 편집장 에릭(램버트 윌슨 분)과 9명의 번역가뿐. 밀폐된 공간에 갇혀 번역 작업을 하던 번역가들은 용의자가 된다.

영화 '9명의 번역가'는 유명 소설 '디덜러스' 유출사건을 둘러싼 심리전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에릭은 소설 내용이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번역가 9명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저택의 지하 벙커에 가둔다.

휴대전화를 포함한 모든 전자기기는 사용 금지. 9명의 번역가는 두 달 동안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방식으로 작품을 번역해야 한다.

다양한 언어로 버무린 심리 스릴러…영화 '9명의 번역가'
시간은 흘러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지하 벙커에서 자신들만의 파티를 즐기던 번역가들은 에릭이 한 통의 메일을 받으면서 위기에 빠진다.

에릭은 돈을 보내지 않으면 책의 첫 10장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메일에 '범인은 이 안에 있다'며 번역가들을 추궁한다.

결국 책의 일부는 공개되고, 범인은 더 많은 돈을 보내지 않으면 다음 100장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한다.

에릭은 범인이 자백할 때까지 물도 음식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전기까지 끊어버린다.

극한에 몰린 번역가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다양한 언어로 버무린 심리 스릴러…영화 '9명의 번역가'
영화는 사건 당시와 2개월 후의 시점을 오가며 전개된다.

두 달 뒤 프랑스의 한 교도소에서 에릭이 범인과 대화하는 장면은 초반에 범인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에릭만을 비춘다.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에릭의 대사는 하나의 독백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추리에 있어 중요한 단서로 작동하기도 한다.

번역가를 다룬 작품인 만큼 다양한 언어가 등장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영화 내에서 기본 언어로 나오는 프랑스어부터 그리스어, 덴마크어, 러시아어, 스웨덴어, 스페인어, 영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포르투갈어까지 10개 언어가 나온다.

특히 번역가들이 에릭을 앞에 두고 서로 소통 가능한 언어로 대화하며 대응할 방법을 강구하는 장면에서는 서로 다른 언어 자체가 스릴러 장치로 역할하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여러 나라의 언어가 섞이는 장면에서는 언어별로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등 자막 색을 다르게 표기한다는 점도 신선하다.

다양한 언어로 버무린 심리 스릴러…영화 '9명의 번역가'
'다빈치 코드' 작가 댄 브라운 소설 '인페르노' 출간 당시 11명의 번역가가 출판사 벙커에 갇혀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는 비화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하나의 추리소설 같은 재미를 준다.

레지스 로인사드 감독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처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즐거움을 담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에서도 애거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은 중요하게 언급된다.

또 추리소설의 고전적 수법을 때로는 이용하고 때로는 비틀면서 익숙함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14일 개봉. 105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