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아이들에게 남긴 상처들·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신간] 오징어 게임의 철학·쇳밥일지
▲ 오징어 게임의 철학 = 올리비에 딜리 지음. 이상빈 옮김.
철학 대중화에 앞장서는 프랑스 철학자인 저자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철학 담론을 분석한 책이다.

드라마와 루소, 칸트, 니체 등 철학자 22명의 견해를 연결한 이 책은 프랑스와 한국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저자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시청자 대중이 스스로 드라마 속 등장인물과 동일시한 결과라고 분석하면서 그 안에 철학 담론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자발적인 노예 계약, 잔인한 신체 폭력, 죽음까지도 허용하는 부도덕한 합의 등이 갖는 철학적 의미에 관해 주요 에피소드와 등장인물을 분석한다.

신자유주의와 인간 존재의 가치,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과정의 비민주성, 정의와 평등의 대립, 소외된 노동은 왜 존재하는지 등을 설명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오징어 게임'은 한국 사회의 여러 모습만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폭력을 그려낸 작품이자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한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하나의 사례"라고 말했다.

청송재. 212쪽. 1만6천원.
[신간] 오징어 게임의 철학·쇳밥일지
▲ 쇳밥일지 = 천현우 지음.
1990년생 청년 노동자인 저자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지방, 청년, 용접 노동자다.

저자는 용접공으로 일하며 틈틈이 시사주간지에 연재한 내용을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어릴 적부터 올해 봄까지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가난이 싫어 일찍 취업하고자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이후 하청업체를 전전하며 최저 시급 언저리만 맴돈다.

주야 교대 근무와 열악한 근로 조건 등에 지쳐간다.

"전문대 나와서 대기업 갈 수 있느냐"는 비아냥에 대학 편입을 꿈꾸지만, 어머니가 사기를 당하면서 꿈은 수포가 된다.

그러던 중 인생의 은인 '포터 아저씨'를 만난다.

저자에게 용접의 세계를 소개해주고, 편입 실패와 학벌 콤플렉스에 빠진 저자에게 "우리가 훨씬 대단한 거야. 기죽지 마"라는 말도 건넨다.

이에 저자는 용접을 배우지만 정직원·노조원과의 차별, 산재로 영구 장애를 입은 동료, 외국인 노동자 혐오 등을 접하며 좌절한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독서를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저자는 SNS를 뜨겁게 달군 용접공 비하 발언에 대한 답글,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의 저자인 양승훈 교수와의 대담 등을 통해 차츰 공론의 장에 발을 들여놓는다.

인간다운 삶을 꿈꾸고 평등을 갈망하면서 타인에 대한 애정도 놓지 않는다.

문학동네. 288쪽. 1만4천500원.
[신간] 오징어 게임의 철학·쇳밥일지
▲ 코로나가 아이들에게 남긴 상처들 = 김현수 지음.
20여 년간 상처받은 청소년들을 치유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해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가 코로나19 이후 정서, 신체, 관계 등 아동·청소년들이 회복해야 할 것들을 정리한 책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이자 치유형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 교장인 저자는 지난 2년간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단장을 맡아 최일선에서 코로나와 관련한 심리방역과 치유 활동을 해왔다.

진료실과 교실에서 여러 아이를 만나며 코로나19를 겪은 아동·청소년들의 마음에 깊은 심리 트라우마가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비대면 수업으로 학습 격차가 벌어지고, 놀이·운동의 축소로 신체 건강 균형이 깨지며, 관계가 단절돼 사회성을 기를 기회를 잃었다고 지적한다.

청소년들이 하는 말과 행동의 원인을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가정환경, 학교 시스템 차원에서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냄출판사. 288쪽. 1만7천500원.
[신간] 오징어 게임의 철학·쇳밥일지
▲ 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 조형근 지음.
2019년 칼럼 '대학을 떠나며'를 발표하며 정규직 교수를 사직해 화제가 됐던 저자가 대학을 떠난 이후 3년여 동안 '동네 사회학자'로 활동하며 고민한 바를 정리한 책이다.

한때 세상을 바꾸려 했으나 이제 기득권이 된 진보 지식인 엘리트의 자화상을 돌아보는 게 책의 핵심 내용이다.

저자는 '86세대'(60년대생·80년대 학번)로 불리는 진보 진영 주역들은 20대 시절 독재와 자본에 맞서 세상을 바꾸려고 투쟁했지만, 민주화 정착 과정에서 투쟁에서 경쟁으로 옮겨가며 불평등을 재생산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불평등의 구조와 가난의 대물림에 충분히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우리 민주주의가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서는 '몫 없는' 이들의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주목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창비. 264쪽. 1만7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