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2030간부 5명 중 1명 "대선서 尹 찍어"…민주노총 "내부균열 심각"
"지지하는 정당과 선거에서 투표하는 정당이 달랐다."

"노조가 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아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민주노총 내 균열이 심각하다."

지난 2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내놓은 '민주노총 확대간부 정치의식 조사' 응답결과 분석 보고서의 결론 중 일부입니다. 이 조사는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확대간부(현장노조 대의원 이상) 3979명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이 조사 결과를 놓고 "그동안 주요 선거마다 정치, 선거, 투표 방침을 결정하고 민주노총 후보, 민주노총 지지후보에 대한 조합원의 계급투표를 호소하고 진행했으나 커다란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가운데 이에 대한 원인과 배경을 파악하고, 민주노총 사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간부들의 의식을 조사하는 것에서 출발해 이를 기반으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조사결과가 어땠길래 민주노총이 '내부균열 심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런 이례적인 내용의 자료를 공개했을까요. 결과를 들여다보면 최근 화물연대,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하이트진로 사태까지 민주노총의 투쟁 동력이 기존의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등 대기업 공공부문의 정규직 근로자들에게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하청업체 근로자들 쪽으로 옮겨간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3월 대통령선거 때 어느 정당을 찍었느냐'는 설문에 대한 답입니다. 더불어민주당 42.6%, 국민의힘 7.3%, 진보정당 48% 등이었습니다. 평소 지지정당은 민주당이 24%, 국민의힘이 4%, 진보정당이 52.3%였습니다. 평소 지지정당과 실제 대선 때 투표한 정당 간에 적지않은 차이가 있었는데, 그 이유를 보면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인식의 단면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당선 가능성이 낮아서'라는 응답이 27.8%로 가장 높았고 '기득권 정당 후보 중 싫어하는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서'라는 답이 16.5%였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아서'와 '진보정당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는 답이 각각 9.8%와 9.1%로 거의 20%에 육박했다는 것입니다.

민주노총 간부들의 응답이 이와 같이 나온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는 문항이 있었습니다. 대선에서 관심을 가졌던 주요 정책·이슈를 연령대와 교차분석한 결과를 보면, 30대 이하 간부들은 고용안정과 주거안정 정책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고용형태와 교차분석한 결과를 봐도, 정규직 간부 중 11.7%가 주거 안정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연령대에 따른 대선투표 정당도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민주노총 20~40대 간부들의 투표정당은 민주당, 진보정당, 국민의힘 순이었지만, 연령대 별로 보면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2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18.2%, 30대는 16.1%였던 반면 40대는 5.2%, 50대 이상은 4.9%였습니다. 2030세대 민주노총 간부 5명 중 1명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투표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번 민주노총의 자체 설문조사가 민주노총의 현주소를 모두 투영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장기 파업 과정에서 같은 민주노총 소속 대우조선해양지회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탈퇴 투표를 진행하는 등 민주노총 내에서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준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윤석열 정부를 '친기업 반노동 정부'로 규정하고 대정부 강경투쟁에 나서고 있는 민주노총의 향후 행보가 주목됩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