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제조업체들이 기록적인 엔화 약세 덕분에 벌어들이는 이익을 비제조업체들이 대부분 까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약세가 실적을 악화시킨다’는 기업이 60%를 넘어 엔저(低) 효과를 누리는 일본 기업은 일부 수출 대기업뿐이라는 사실도 재확인됐다.

日 비제조업, 역대급 엔저에 환차손 확 늘었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케이225지수를 구성하는 제조 대기업 110곳이 올해 4~6월 엔화 약세로 인해 추가로 벌어들인 순이익은 1조470억엔(약 10조2193억원)으로 집계됐다. 110개 제조업체가 2분기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 가운데 환차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했다.

엔화 가치가 24년 만의 최저치인 137엔대까지 떨어진 지난 2분기 달러당 평균 엔화 가치는 130엔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엔화 가치가 20엔가량 낮아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엔저 덕분에 원자재 가격 급등과 중국 도시 봉쇄로 인한 공급망 정체의 충격이 일부 완화됐다”고 전했다.

엔화 약세의 도움을 가장 크게 받은 도요타자동차는 2분기 동안 1832억엔의 환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산 등의 영향으로 도요타자동차의 2분기 순이익은 7368억엔으로 1년 전보다 18% 줄었다. 엔저 효과가 없었다면 도요타의 순이익 감소폭은 50%를 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분기 말 현재 일본 상장사들은 연간 달러당 엔화 가치를 122엔으로 가정하고 실적을 집계하고 있다. 137엔대인 현재 환율에 비해 엔화 가치를 15엔 이상 높게 예상하고 있다. 이데 신고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환율이 계속되면 오는 9월 말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예상 실적을 상향 조정하는 상장사가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제조업체들이 엔저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반면 서비스업과 같은 비제조업체는 엔저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비제조업체들은 엔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수입 원자재를 조달하는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2분기 동안 8199억엔의 환차손을 입었다. 이 때문에 지난 8일 일본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적자(3조1627억엔)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그룹 한 곳의 환율 관련 손실만으로 상장 제조업체들이 올린 환차익 대부분을 까먹은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비제조업체들의 환율 관련 손실로 인해 일본 상장기업 전체가 엔화 약세로 벌어들인 이익은 4200억엔으로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부 수출 대기업을 제외하면 절반 이상의 일본 기업은 엔화 약세로 실적 압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과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일본 기업 1만1503곳을 공동조사한 결과 ‘엔저가 실적을 악화시킨다’는 응답이 61.6%에 달했다. ‘엔저가 실적을 개선시킨다’는 응답은 4.6%에 불과했다.

엔화 약세가 불러일으키는 구체적인 악영향(복수 응답)에 대해 일본 기업들의 79.2%가 ‘원재료 가격 상승’을 꼽았다. ‘에너지 가격 상승’을 꼽은 기업도 72.6%에 달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