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왼쪽) 연합뉴스
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왼쪽)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1주택자 공제금액 상향 등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위한 정부의 세제개편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는 것을 두고 "행정에 필요한 시간이 촉박하면 상당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 특례는 9월 6일에 안내문을 발송하고 16∼30일 신청을 받아 국세청이 11월까지 검사한 뒤 12월에 고지하는데 늦어질수록 고지 안내를 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 실장은 "(특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케이스들을 국세청이 전산 출력을 해 8월 말까지 오류 선별 작업을 할 텐데 (법 통과가 늦어지면) 그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라며 "행정도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 검토하는 데 오류가 없고 시간이 촉박하면 상당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내를 받지 못한 분들은 12월에 스스로 종부세 신고를 해야 하는데, 재산세까지 계산해야 하니 신고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한시적으로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을 14억원(지난해는 11억원, 내년 이후엔 12억원)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시적 2주택, 가격이나 지분이 일정 조건에 부합하는 상속주택, 지방 저가 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부과할 때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고, 해당 주택 보유자에게 올해부터 1주택자와 동일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려면 종부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 의지와 관계없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정부는 납세자에 대한 안내, 시행령·규칙 개정 등 절차를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해왔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지난 1일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에서 종부세 특례 적용과 관련, “이달 20일까지 기재위에서 (종부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의결이 되면 원활하게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법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 내 여야 정쟁이 이어지면서 이미 데드라인은 지난 상황이다. 법 개정이 미뤄지는 것은 여야가 조세소위원장을 두고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전통적으로 여당이 조세소위원장을 맡아 왔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여당이 기재위원장을 맡았으니 조세소위는 야당이 가져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종부세법 개정이 8월을 넘겨 9월 특례 신청 기간을 놓치게 될 경우 상당수 납세자는 법 개정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거액의 세금 고지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종부세 납부 기간인 12월 1~15일에도 특례 신청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납세자가 직접 특례 적용 세액을 계산해 자진 신고해야 한다. 복잡한 현행 종부세 제도 아래서 개별 납세자가 자신의 종부세를 정확히 계산해 신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재부와 국세청 등 세정 당국의 설명이다. 최악의 경우 자진신고 기간에 납세자 수십만 명이 일선 세무서로 몰려오는 ‘세정 마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 실장은 "1주택자 특별공제 3억원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이 있는 것 같지만 아직 협의해야 할 상황이고 일시적 2주택과 상속주택, 지방 저가주택 1주택 특례에 대해서는 야당도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