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OTT 구독료 38% 올린다
디즈니의 밥 차펙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플러스 요금을 월 3달러 인상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CNBC는 21일(현지시간) “차펙 CEO가 디즈니의 전설적인 수장 밥 아이거 전 CEO와 정반대 행보를 고집하고 있다”며 디즈니플러스 구독료 인상 소식을 보도했다. 차펙은 2020년 디즈니 CEO에 올랐다. 픽사(2006년), 마블(2009년), 21세기폭스(2019년) 등을 연달아 인수해 디즈니의 최고 전성기를 이끌었던 아이거 전 CEO의 후임이다.

디즈니는 오는 12월 8일부터 광고 없는 디즈니플러스의 한 달 요금을 7.99달러에서 10.99달러로 3달러(38%) 올리기로 했다.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구독료(8.99달러)보다 높은 가격이다. 현재 구독료를 계속 낼 경우엔 광고가 붙게 된다. 차펙 CEO는 “우리는 원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매력적인 가격대의 플랫폼을 출시했다”며 “지난 2년 반 동안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구독료 인상분에 대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구독자 수 확대 등 외연 확장보다 수익성 증대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CNBC는 “구독자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던 아이거 전 CEO와 확연히 다른 행보”라며 “이번 구독료 인상안에 대해서 혼자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아이거 전 CEO는 재직 시절 디즈니가 가장 저렴한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되기를 원했다. 그는 “낮은 구독료도 경쟁력의 일부”라고 강조하곤 했다. 그는 작년 12월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물러나 디즈니를 완전히 떠났다. 하지만 여전히 디즈니 내부에는 그의 측근이 포진해 있다. 아이거 전 CEO와 그 세력이 디즈니의 조직개편안, 동성애 정책 대응 등에 대해 차펙 CEO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