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안철수 의원이 제기한 ‘혁신위원회 무용론’에 대해 “혁신위 활동은 필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도리어 주 위원장이 “혁신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혁신위 해체를 주장한 안 의원 입장이 난감해진 모양새다.

주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 위원장을 만나 혁신위 활동 경과를 보고 받았다. 주 위원장은 최 의원과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은 늘 혁신하고 개혁해야 하기 때문에 혁신위 활동이 필요하다”며 “비대위가 아닌 정상적인 지도부라도 지도부가 혁신 문제를 직접 다루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위를 통해 정리되고 걸러질 필요가 있어서 이미 출범한 혁신위가 적극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당권 주지인 안 의원이 주장한 혁신위 해체에 반대 의견을 드러낸 것이다.

최 의원도 기자들에게 "어떤 혁신안을 갖고 (활동을) 진행할지 상의드렸다"며 "주 위원장이 '혁신위와 계속 소통하면서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혁신위 의견을 가급적 수용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최재형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재형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앞서 안 의원은 지난 17일 “당 비대위와 혁신위가 병립하는 현실은 이상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혁신위 해체를 요구했다. 그러자 혁신위원장인 최 의원이 "혁신위를 흔들지 말라"고 반발하면서 설전이 이어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준석 전 대표의 사조직’이란 비판을 받던 혁신위를 공격함으로써 안 의원이 당내 입지를 넓히려 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혁신위 폐지 논란이 또다시 당 내홍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주 위원장이 이날 직접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주 위원장은 전날에도 "최고위와 혁신위는 각각의 역할이 있다"고 혁신위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주 위원장은 오는 22일 혁신위 전체 회의에도 직접 참석해 혁신위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연합뉴스
혁신위 해체를 요구한 안 의원을 향해 당내 비판도 쏟아졌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당 내분을 수습하고 통합해야 되는데 갑자기 생뚱맞게 왜 엉뚱한 이야기를 듣고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안 의원이 오해하는 것 같다. 비대위는 최고위 같은 의결기구이고, 혁신위는 자문기구"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6·1 지방선거 직후 이 전 대표가 공천시스템 개혁 등을 내걸고 만든 기구다. 혁신위를 통해 ‘공천 개혁’을 예고한 만큼 당 안팎에선 지역구를 둔 현역 의원의 반발이 클 것이란 지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이 전 대표가 징계를 받으면서 혁신위 활동 동력은 더 꺾일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다만 주 위원장 발언으로 혁신위 해체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다. 최 의원은 "안 의원이 어제 오후 저희 방에 찾아오셔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며 "비대위가 혁신위의 안을 일부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당내 갈등으로 비칠까 우려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안이 비대위에서 수용되지 않아도 갈등으로 비칠 우려가 없고, 충분히 소통하며 그런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드렸다"며 "안 의원도 충분히 이해해 더 이상 혁신위 해체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