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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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있으면 내가 불편하다. 안만나면 되지만 매일 볼 수 밖에 없는 사람이면 내가 괴롭다.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면 더욱 힘들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좋은 일이 없어도 웃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감정은 행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정을 바꾸기 어려우면 먼저 행동을 바꾸면 된다.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하면 사람의 뇌는 그 사람에게 좋은 점이 있을거라는 합당한 이유를 찾게 된다. 심리적 부조화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미운놈, 떡 하나 더 줘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울수록 더 정답게 다가가는 행동을 해야 미워하는 감정이 사라지게 된다.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는 미국 심리학자 페스팅거가 제시한 이론으로 자신의 머릿속 인식이나 태도와 실제 행동이 다를 경우에 부조화를 느껴 그 부조화를 없애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 태도, 행동에 일관성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담배피는 사람은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실제 행동은 담배를 계속 피운다. 그러면서 심리적 부조화를 느낀다. 그래서 이 부조화를 해소시키기위해 "담배가 긴장을 풀어준다"거나 "담배 피워도 장수한 사람이 있다"는 식으로 자기 행동을 합리화시킨다.

원래 A상품을 선호하는 사람이 B상품이 세일중이어서 B상품을 구입했다면 A상품을 선호한다는 믿음과 실제 B상품을 구입했다는 행동 간에 부조화가 발생한다. 따라서 B상품의 좋은 점을 자꾸 발견하면서 구매 이전보다 더 선호함으로써 자신의 구매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부조화를 감소시키려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하면 그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점을 자꾸 찾으면서 싫어하는 마음의 불편함을 없애게 되어 결국 좋아지게 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자신의 인식, 태도와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이 불일치를 부담스럽게 느껴 태도에 맞게 행동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다. 반대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의 태도, 즉 생각과 감정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전에 했던 말과는 다른 행동을 해놓고서 그 행동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말을 바꾸기도 하는 것이다.

여.야가 바뀔 때, 과거 야당일때 주장했던 것을 여당이 되어서는 정반대로 뒤집어 말하거나 여당일때 주장했던 것을 야당이 되어 정반대로 말하는 정치인들을 흔히 보게 되는데, 이런 것도 바로 부도덕적 인지부조화에서 오는 현상이다.

이러한 인지부조화 이론은 협상이나 설득, 조직관리, 더 나아가 경쟁사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유인하는 영업전략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일상에서 인지부조화 이론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영업이다.

영업하는 사람은 흔히 "자사의 VIP 고객보다 더 큰 경쟁사의 고객을 어떻게하면 뺏어올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예를들어 자사상품을 월평균 300만원씩 구입하는 A고객, 500만원씩 구입하는 B고객, 경쟁제품을 월평균 200만원씩 구입하는 C고객, 1,000만원씩 구입하는 D고객이 있다고 가정하자. 자사 입장에서 B고객이 중요하지만 D고객도 아주 중요하다. D고객을 뺏어오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D고객이 경쟁사와 어떤 거래조건으로 거래하고 있는지 파악한 다음, D고객을 찾아가 경쟁사보다 더 유리한 거래조건을 제시하여 자사와의 거래를 유도할 수 있다. 만일 D고객이 자사 거래조건을 받아들여 자사와 거래를 시작하면 이때부터 D고객은 자사상품에 우호적이게 된다. 왜냐하면 거래를 시작하면 자사상품을 구입하는 자신의 구매 행동을 합리화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즉, 부조화를 감소시키려 노력한다. 다만,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손실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자사상품에 부정적인 경쟁사의 큰 거래처를 뺏어오기 위해서는 단기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과감한 가격정책이나 프로모션 전략으로 일단 거래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래가 성사되면 그때부터 그 거래처는 자사상품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거래처 관리를 잘하면 지속적인 거래유지가 가능해지고, 중장기적으로 또 다른 상품을 정상적인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되어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다만,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이러한 프로모션이 과열 경쟁과 더 큰 위험부담을 가져올 수도 있어 시장 상황을 보면서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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