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 후 한 달여 만에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8일 시작과 동시에 파행됐다. ‘1년씩 위원장 나눠먹기’로 봉합되는 듯했던 과방위의 여야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소위원회 구성과 2021년도 결산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다. 위원회 구성 27일 만의 상견례였지만 또다시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의 회의 운영 방식과 소위 구성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반발하며 퇴장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7·29일 소집된 두 차례 회의에도 불참했다.

국민의힘 간사 내정자인 박성중 의원은 “정 위원장은 ‘과방 열차는 늘 정시에 출발한다’면서 국민의힘이 과방위 운영을 지연시킨다고 호도했다”며 “그 열차는 자기들 마음대로 운행하는, 폭주하는 설국열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열차를 정시 운행해야 하지만 양당 협의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은아 의원도 “더불어민주당이 말하는 것을 듣다 보면 민주당스러운 꼼수 소통이자 겉과 속이 다른 ‘수박 소통’”이라고 직격했다. ‘수박’은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그를 반대하는 당내 인사들을 겨냥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다.

민주당도 반격했다. 정필모 의원은 “수박 소통이라고 폄하·모욕한 것에 대해 여당은 사과하라”며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여당은 양두구육 식 소통을 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양두구육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겨냥해 잇따라 사용한 사자성어다.

한 차례 정회를 거쳐 다시 열린 회의도 이내 파행됐다. 소위 구성 표결을 강행하려는 정 위원장에게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가가자 그는 “의사 진행을 방해하면 국회 선진화법에 의해 고발할 것”이라며 “몸에 손대지 말라”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고발하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조승래 민주당 의원을 제2 소위원장으로 선임하는 안을 비롯해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 정보통신법안심사소위 등 4개 소위를 구성하는 안은 민주당 의원들만으로 가결됐다.

이에 대해 여당은 “정 위원장이 막무가내인 것은 2소위를 장악하는 게 방송법 통과에 이롭다는 비열한 계산법이 깔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각각 25명 규모의 운영위원을 통해 KBS와 MBC 사장을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