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륙 운송의 근간인 라인강에서 화물선 운항에 비상이 걸렸다.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고있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에너지 대란과 맞물리면서 가뭄이 유럽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독일 연방 수로·해운국은 “오는 12일 라인강 수위가 프랑크푸르트 서쪽 측정지점인 카웁에서 40cm로 떨어질 것”이라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13일은 수위가 37cm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주말의 최저 수위(45cm)보다 낮을 것이 유력하다. 지난달 프랑스가 역대 가장 건조한 7월을 겪은 가운데 영국도 지난달 강수량이 평년 동기의 17% 수준에 그치는 등 서유럽 대부분 지역에 가뭄이 닥친 여파다.

라인강은 서유럽 내륙 운송에서 척추 역할을 하는 1288km 길이의 강이다. 알프스 산맥에서 발원해 스위스 바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독일 만하임·프랑크푸르트·쾰른·도르트문트를 거쳐 유럽 최대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흐른다. 유럽 최대 화학기업인 독일 바스프, 독일 철강업체 티센그루프 등의 화물 운송로이기도 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의 내륙 수운은 연간 800억달러의 비용 감소 효과를 내고 있다.

독일 수문학연구소는 수위가 40cm 밑으로 떨어지면 효율성 측면에서 수운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스프는 10일 “수위가 35~55cm 수준이 되면 일부 화물선은 라인강을 전혀 건널 수 없다”며 “운항이 가능한 화물선도 적재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스위스 북부 등 라인강 상류 지역은 수주째 선적량을 제한하면서 운송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정보분석업체 인사이츠글로벌에 따르면 라인강으로 스위스 바젤까지 경유를 운송하는 비용은 지난 6월 초 톤당 25유로에서 지난 10일 267유로로 10배 이상 급등했다.

가뭄이 길어지면 독일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공급난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석탄, 철광석 등의 운송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독일 석탄수입협회는 “철도 운송 용량이 화물선 선적 감소분을 채울 만큼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정보분석업체인 팩츠글로벌에너지의 조쉬 폴즈 애널리스트는 “독일, 스위스 등은 기온이 내려가기 전에 경유 재고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간에 따르면 폭염으로 2018년 여름 라인강의 수위가 25cm까지 내려가면서 독일은 2018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줄어드는 피해를 입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