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윤지영, 세계 여성 17명 인터뷰집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발간
우크라이나 작가 "도스토옙스키 등 러시아 문학은 전쟁 공범"
"러시아 문학은 푸틴의 공범이다.

하나는 국가로서 러시아가 가지는 제국주의적 야망과 관련이 있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존엄, 자유 및 책임이 러시아 문학에 결여돼 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러시아 문학과 종교, 즉 사회 문화는 이 전쟁의 공범이다.

"
우크라이나의 젊은 작가 루브코 데레쉬(38)는 신간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에 실린 인터뷰에서 '죄와 벌'을 쓴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 등 러시아 문학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범론을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유명 작가 옥사나 자부즈코도 여러 차례 러시아 문학 공범론을 주장해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영국 런던에 사는 윤영호·윤지영 부부는 세계의 여성 17명을 대면 또는 전화, 이메일 등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담아 최근 이 책을 출간했다.

데레쉬는 남성이지만 유일하게 '부록 인터뷰' 형태로 포함됐다.

대학에서 외교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한 윤영호는 증권과 자산운용업 분야에서 일했다.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조지아, 러시아 등에서 15년간 러시아어를 쓰며 살았다.

윤지영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봉사단원 출신으로 미국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에서 10년 넘게 지내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소통했다.

우크라이나 작가 "도스토옙스키 등 러시아 문학은 전쟁 공범"
데레쉬는 "체호프, 부닌, 톨스토이와 같은 극소수 러시아 작가에게는 존엄과 품격이 있고, 다른 사람을 모욕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다"면서도 "기독교적 암시로 가득 찬 대부분의 러시아 문학은 미래의 선이라는 환상을 위해 현실에서 악마와 타협하는 것을 허락한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 문학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는 동안 러시아인이 인간성을 회복하는 데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 채 무기력했다"며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에게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인에게 러시아성을 회복시켜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 문학 연구는 러시아가 자행한 전쟁 범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러시아 문학을 읽는다면 러시아의 제국주의와 민족적 오만함의 실체를 깨달을 수 있다"면서도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 끝날 때까지 러시아 문화 소비를 거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작가 "도스토옙스키 등 러시아 문학은 전쟁 공범"
우크라이나의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국회의원(2012∼2019년)을 지낸 마리아 마티오스(63)의 비판 강도는 좀 더 세다.

도스토옙스키뿐만 아니라 레프 톨스토이(1828∼1910)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마티오스는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거부감이나 혐오감은 본능적이었다.

그의 작품에는 전쟁 숭배, 큰 힘에 대한 숭배, 외국인 혐오, 작은 나라 비하, 러시아인의 우월성에 대한 찬미가 녹아 있다"며 "내 세계와는 너무 동떨어진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러시아는 전례 없는 돈을 투자해 금융, 정치, 문화 등의 다양한 구조를 통해 러시아 문학의 고유성을 알리고 보편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했다"며 "러시아 문학 신화의 중심에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가 있다.

그들은 소련과 러시아 광고의 산물이며, 세계적으로 과대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많은 사람이 푸틴이라는 한 사람에게만 반인도적인 범죄에 대한 비난을 퍼붓고 있는데 심각한 잘못이며 의도된 잘못일 수 있다"며 "푸틴이 오랫동안 거짓말을 생산하는 것을 방관하고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러시아 사회 전체에 잘못이 있다.

이제 그들은 푸틴의 범죄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라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작가 "도스토옙스키 등 러시아 문학은 전쟁 공범"
책은 이 밖에도 전장에서 저격수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의 전직 기자, 난민에게 집을 내어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패럴림픽에 참가한 라트비아 올림픽위원회 장애인분과 직원, 우크라이나를 위한 전시를 기획한 몰타의 화가, 국제정치 전문가인 튀르키예 하제테페대 교수 등 전쟁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여성들의 사적인 이야기와 감정도 함께 기록해 전쟁 이후 전 세계의 개인들이 어떤 변화를 느끼는지, 변하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에 관해서도 짐작하게 한다.

각국 여성들이 들려주는 전쟁과 관련한 경험과 현 상황에 대한 꼼꼼한 분석을 통해 전쟁의 비극 앞에 선 여성들의 고통과 슬픔, 용기와 연대를 엿볼 수 있다.

미음. 352쪽. 1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