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모퉁이·카우
▲ 모퉁이 = 포르투갈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성원(이택근 분)은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을 만나러 나선다.

중순(하성국)과 대학생 시절 자주 찾던 학교 앞 식당을 향하던 길, 성원은 병수(박봉준)와 10년 만에 재회한다.

둘의 관계는 껄끄럽다.

서로의 고민과 치부를 나눌 만큼 가까웠던 두 사람은 10년 전 병수가 성원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든 뒤 멀어졌다.

당시 성원을 토대로 만든 인물을 연기했던 중순은 두 사람이 모두 이해되면서도 "10년이나 지난 일"을 굳이 꺼내고 싶지 않다.

결국 한 테이블에 마주앉은 세 사람은 어색한 기류 속에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이어간다.

그리고 많은 것들이 변했다는 걸 체감한다.

단골식당 주인은 일 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해 그의 아내가 대신 가게를 운영한다.

중수는 연극배우가 됐고, 10년 전 만든 작품으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던 병수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새영화] 모퉁이·카우
변하지 않은 건 성원뿐이다.

아직도 자신의 모든 것이 드러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영화 만들기를 주저하고, 병수에 대한 감정 또한 10년 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태롭게 흘러가는 대화 속에서 성원의 감정은 천천히 그리고 담담하게 변화한다.

신선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 '모퉁이'는 엇갈린 세 인물의 마음을 섬세하면서도 담백하게 담아냈다.

극적인 사건도 폭발하는 감정도 없지만 만남, 대화, 이별을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을 충실하게 들여다본다.

신 감독은 작품의 제목에 대해 "만나고 있던 사람이 모퉁이를 돌아서 사라지는 것은 일종의 소멸이자 죽음과 같은 의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신 감독과 건국대 영화과 동문인 배우 고경표와 배유람이 깜짝 출연한다.

11일 개봉. 73분. 12세 관람가.

[새영화] 모퉁이·카우
▲ 카우 = 영국 켄트주의 한 농장에 사는 젖소 루마의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루마가 출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새끼가 사람의 도움으로 루마의 배 속에서 나오는 장면을 가까이서 보여준다.

루마는 양수로 뒤덮인 새끼의 몸을 구석구석 핥아주고 젖을 먹인다.

젖을 짜고 여물을 먹는 평범한 날들이 이어진다.

루마는 가끔 카메라를 응시하며 울기도 한다.

카메라는 루마의 커다란 눈에 자주 초점을 맞춘다.

루마를 돌보고 젖을 짜는 농장 주인은 화면 가장자리에만 등장한다.

[새영화] 모퉁이·카우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루마가 다른 젖소들과 함께 들판을 내달리고 풀을 뜯어 먹으며 노니는 장면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카메라는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사색하는 듯한 루마의 모습도 잡는다.

'아메리칸 허니'(2016) 등으로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세 차례 수상한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이 4년 동안 루마와 함께 생활하며 찍었다.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은 "소들에게 다가가 그 아름다움을 살피고 소들의 삶에 놓인 다양한 도전을 지켜보았다"며 "영화의 주인공인 루마를 바라봄으로써 이 세계 전체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1일 개봉. 94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