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물려도 119 불러 대학병원 가는 현실…의료전달체계 모순"
"간호사 사망 사건도 열악한 의사 처우가 근본 원인" 주장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여한솔)는 4일 대한의사협회 희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필수 과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국민 건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대우와 처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한솔 회장은 "현재 정부와 의사협회가 협의체를 통해 필수의료 처우 개선을 논의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부분들은 하나도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전공의 인력 부족이 심각한 필수 진료과목으로 산부인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등을 꼽았다.

여 회장은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3년 연속 정원 대비 75%를 채우지 못하고 있고, 선천성 심장병 수술이 가능한 소아 흉부외과 의사는 전국에 20여명 남짓만 남아 멸종단계를 밟고 있다"면서 "3년 전만 해도 전공의 지원율 88%를 유지했던 소아청소년과도 올해 23%로 추락했다"는 통계치를 제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필수 진료과 의사 처우 개선해야"
여 회장은 대형병원으로만 환자가 몰리는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도 꼬집었다.

그는 "상식적으로 1, 2차 병·의원에서는 경증과 만성환자 중심으로 환자 관리를 하고, 3차 병원에서는 응급한 경우, 중환자 위주의 치료를 맡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모기에 물렸다며 119로 신고하고 새벽에 대학병원 피부과 당직의를 찾아오는 현실은 단순히 의사와 의료기관에만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국민의 생사를 책임질 수 있는 필수 의료현장에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 회장은 "비용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환자 생사를 다루는 이른바 '바이털과'의 지원율은 지속해서 낮아질 것"이라며 "의료계가 항상 돈 문제, 의료전달체계 문제만 되뇐다고 핀잔을 듣지만,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이 방법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최근 근무 중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도 의료진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근본 원인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여 회장은 "환자가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해 사망한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료진에게 적절한 처우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응급을 다투는 뇌졸중 수술도 의사 처우 개선으로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