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2급 맹꽁이 출현으로 건설현장이 일시에 멈춰서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선 발견되지 않은 맹꽁이가 첫 삽을 뜨자마자 나타나 수천억원짜리 공사가 중단되거나 맹꽁이 보호를 두고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맹꽁이 나오자…4000억 공사 현장이 멈췄다
2일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따르면 광명·시흥테크노밸리 사업장에서 최근 지장물(불필요한 공작물, 농작물) 철거 작업 중 맹꽁이가 발견됐다. 이 사업은 GH가 경기 광명시 가학동, 시흥시 논곡동 일대 49만2000㎡ 부지에 4000억원을 들여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 GH는 공사를 중단하고 1억3000만원짜리 ‘맹꽁이 포획 및 이주 모니터링 용역’을 긴급히 발주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14조와 73조에 따르면 멸종위기 종의 포획·채취는 엄격히 금지되고, 적발 시엔 벌금을 물어야 한다. 건설업체는 자체 비용으로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고, 포획 및 이주 작업을 마친 뒤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 GH 관계자는 “공사지 주변에 맹꽁이가 살 수 있는 웅덩이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터를 다지고 땅을 파는 엔지니어링 업계에 맹꽁이는 예측하기 어려운 ‘천재지변’이다. 2020년에는 영종도와 청라국제도시를 잇는 제3연륙교 건설이 예고된 청라 로봇랜드 부근에서 맹꽁이가 발견돼 인천시가 급히 ‘맹꽁이 이사 작전’을 펼쳐야 했다. 최근엔 인천 송도테마파크 예정지에서도 맹꽁이가 발견돼 공사가 중단됐다. 제주 2공항 사업은 환경부가 맹꽁이 발견을 이유로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서류를 반려해 백지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소송전도 등장했다. 경기 성남시 서현동 일대의 공공주택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맹꽁이 서식’을 이유로 지구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1심에서 승소한 주민들은 2심에서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맹꽁이가 발견되면 회사 손해는 물론이고 수분양자는 입주가 늦어지고, 현장 근로자들은 일터를 잃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맹꽁이 서식지는 전국적이다. 사람도 살기 좋아 개발가치가 높은 환경에서 자주 발견된다. 땅과 물이 적당히 어우러진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개발할 땅 자체가 점점 줄어들다 보니 개발 대상지에서 맹꽁이가 발견될 확률도 높아진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특히 산란기인 6월부터 8월까지는 개체 이동이 급증하는 때라 현장 인부들의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 잦다고 한다.

1989년부터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맹꽁이가 지금은 전국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만큼 보호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맹꽁이의 ‘지위’는 여전히 굳건하다. 2011년 환경부는 맹꽁이 등 동식물 18종을 ‘해제후보종’으로 지정했다가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올해 보호종 갱신 때도 2급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 차례 보호종 해제 위기를 넘겼다. 맹꽁이의 강력한 위상 앞에 건설업계에선 “유물 발견보다 맹꽁이가 더 걱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용수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복원정보팀장은 “재개발에 반대하는 사람은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할 수 있지만 맹꽁이는 그럴 수 없기에 인간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