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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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신규를 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이, 가입이 취소된다는 내용을 통보받았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지수형 ELS 상품에 금리는 8% 수준으로 평소 같았으면 금방 판매금액이 소진되는 인기상품이었습니다.

치솟는 물가와 금리, 이에 따라 얼어붙은 투자심리로 투자상품인 펀드를 권유하기도 어렵고 금융시장에서 가입하는 금액과 건수도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3년 전에 국내에서 판매됐던 대표적인 사모펀드를 가입한 경우, 현재 펀드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NPL(Non Performing Loan):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어렵게 된 부실채권을 말함.
NPL(Non Performing Loan):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어렵게 된 부실채권을 말함.
펀드 운용 결과입니다.

첫째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수입상 또는 수출상이 파산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심사가 늦어지거나 청구가 거절되는 등 만기에 펀드금액이 상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투자자는 투자금액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둘째로 부동산투자펀드는 코로나19 사태와 부동산 경기하락으로 배당수익이 예상보다 적게 나오거나, 만기에 부동산 매각이 원할하게 진행되지 않아서 펀드만기가 연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부실채권(NPL) 투자펀드는 전문 사모운용사에서 리스크를 감안한 운용전략으로 대부분 만기전에 적정 수익률로 상환되고 있습니다.

경제가 계속 성장하거나, 특별한 악재성 이벤트 없이 경제상황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어떤 구조의 투자상품도 만기에 적정 수익으로 대부분 상환됩니다. 하지만 경기불황이 시작되거나 침체국면에 들어서면 투자상품 가입 시 받은 투자설명서에 조그맣게 쓰여있는 특약사항이나 제한조건들, 잠재 리스크 등이 현실화하기 시작합니다.

투자상품을 가입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일반적인 경제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예상수익률, 상품의 안정성에 관심이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처럼 경기침체로 흐르는 최악의 조건에서 발생가능한 리스크와 손실률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습니다.

위의 1, 2번 경우처럼 안정성이 강조되는 상품은 상품 가입시 최악의 상황에서 어느정도 손실이 발생합니다. 문제 발생시 어떻게 조치받을 수 있는지 최악의 상황(worst scenario)을 체크해보고 최종 가입을 결정해야 합니다.

반대로 3번처럼 투자대상 자산이 리스크가 높은 자산을 운용하는 경우에는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와 펀드매니저의 과거 운용성과를 자세하게 확인해보고 상품 가입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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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목돈으로 펀드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좋을까요?'라고 필자에게 물어본다면 지금처럼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이 적을 때가 적기라고 대답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펀드상품을 새롭게 출시하는 운용사는 경기불황에 견딜 수 있도록, 평상시보다 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전략을 구사합니다. 때문에 변동성은 줄이고 적정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둘째,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증권 등 판매사에서는 위험을 평소보다 더 크게 생각하는 투자자에게 보다 안정적인 구조의 상품을 선별해 이전보다 더 자세하고 꼼꼼하게 안내하고 설명하면서 펀드를 판매합니다.

셋째, 변동성은 존재하지만 단기간 큰 폭의 지수하락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고점 대비 15~20% 넘게 떨어진 주가지수대에서 점진적인 하락세는 보일 수 있지만 큰 폭으로 한꺼번에 하락하는 장세는 쉽게 예상되지 않습니다. 현재의 코스피 지수가 2400포인트이고 여기서 40% 더 하락하면 1440 포인트입니다. 일반적인 지수형 ELS 상품을 지금 가입한다면, 3년동안 KOSPI 지수가 1500포인트 아래로 하락해야 손실이 발생하는데, 확률이 높지 않습니다.

펀드 상품 가입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겁니다. 지금처럼 고물가와 고금리인 경제상황에서는 만일의 경제충격에 대비해 6개월~1년 정도 버틸 수 있는 유동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나 은행 정기예금 등 안정성 상품에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전보다 펀드상품을 가입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습니다만, 변동성은 더 커졌기 때문에 이를 인내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여유자금 투자가 필수입니다. 목돈을 투자해 변동성에 큰 금액이 노출되는 만큼, 투자상품 상담은 경험이 많은 시니어 투자상담사와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과거 10~20년동안 발생한 여러 금융위기와 이벤트를 경험한 시니어 상담사가 이론에만 충실하고 경험이 부족한 주니어 상담사보다는 깊이있는 상품에 대한 조언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펀드상품의 목돈 투자는 다음과 같이 접근해야 합니다. 먼저 필수 생활비를 제외한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둘째, 일반상황외에 최악의 조건에서는 어떤 리스크와 손실률이 발생하는지 확인합니다. 셋째, 경기호황기보다 경기불황, 침체기에서 가입하는 투자상품은 수익률 확률이 높습니다.

투자자의 대부분이 펀드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꺼려하는 지금, 내가 투자할 수 있는 여유자금을 갖고 내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2~3년의 기간을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관리합니다. 경기가 점차 활기를 찾아가고 시장이 좋아져서 너도나도 주식과 펀드상품에 투자하려고 하는 때 웃으면서 목돈을 투자한 펀드상품 해지를 할 수 있을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신한은행 산본지점 WM 프리미어 팀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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