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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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25일(현지시간) 바바리안노르딕의 원숭이 두창 백신 ‘임바넥스’의 판매를 승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3일 원숭이두창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데 따른 것이다.

바바리안노르딕은 지난달 천연두 예방 백신으로 사용되던 임바넥스의 적응증을 원숭이두창까지 확대하는 확장 승인을 신청했다. 이 경우 보통 판매 승인까지는 6~9개월이 걸리지만, 원숭이두창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파되며 승인을 서두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이미 원숭이두창 예방 백신으로 승인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진네오스’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미국은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2900건 이상 보고되며, 공중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80만회 분량의 추가 백신 확보를 발표하며 비상사태 선포가 진행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이 원숭이두창 예방을 목적으로 임바넥스의 판매를 승인함에 따라 세계적으로 백신 확보 경쟁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전문가는 “코로나19로 백신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했다”며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도 백신 물량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지난달 유튜브를 통해 국내 백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당장 급한 일은 아니지만 향후 발생 상황을 고려해 확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현재 국내에서 확보하고 있는 천연두 예방 백신은 대부분 2세대 백신으로 심근염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임바넥스는 3세대 천연두 예방 백신으로 2013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18세 이상 성인에게 사용할 수 있으며, 4주 간격으로 두 번 맞아야 한다. 기존의 2세대 백신의 경우 백신 용액을 바늘에 묻혀 피부에 15번 찌르는 방식으로 투여된다. 이에 비해 3세대 백신인 임바넥스는 투여 방법이 간단하고 부작용이 적다.

바바리안노르딕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2일 임바넥스 250만도즈를 추가로 계약해, 내년까지 총 700만도즈를 확보했다. 바바리안노르딕은 비공개 유럽 국가와 150만도즈 공급 계약도 맺었다고 밝혔다. 유럽 내에서도 각 국가별로 백신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다.

바바리안노르딕은 연간 3000만도즈 규모의 백신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전날 원숭이두창 위기평가 회의를 개최해 위기 단계를 ‘주의’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아직 국내 원숭이두창 유행 양상에는 변화가 없어서다. 다만 해외 유입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해외 동향 파악 및 감시를 철저히 하고, 필요 시 백신과 치료제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임바넥스 판매 승인 소식이 알려지자 바바리안노르딕은 주가는 25일 365크로네(약 6만5700원)까지 올랐다. 전 거래일 대비 10% 가량 급등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