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앞서 제기됐던 ‘독성 우려’ 족쇄를 풀고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임상개발에 다시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1일 브릿지바이오는 FDA로부터 임상 2상 개시의 승인을 통지받았다고 공시했다. 임상 2상을 수행할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도 계약을 마쳤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폐에 만성염증 세포들이 침투하며 폐가 굳는 희귀질환이다. 국내 환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1만8300명이다. 대개 50대 이후 발병하며, 여자보다 남자가 2배 이상 발생율이 높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 대부분이 고령으로 잦은 병원 방문이 쉽지 않다는 점 등에서 경구용 약물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


최근 코로나 19 후유증으로 환자 중 상당수에서 폐 기능이 떨어지는 ‘폐섬유화’ 증상이 나타났다고 보고됐다. 이에 따라 오토택신 저해제도 주목받는 물질이 됐다.

오토택신은 몸 속의 ‘리소포스파티딜콜린(LPC)’을 ‘리소포스파티드산(LPA)’으로 만드는 효소다. LPA는 수용체와 결합해 경화증, 종양 형성 등을 유도한다. 이러한 염증 및 섬유화 질환의 병리 요인으로 오토택신은 매력적인 신약 표적 중 하나로 부상 중이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BBT-877은 전임상에서 오토택신 저해제 약물의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인 LPA 생성을 최대 90%까지 줄였다”고 말했다.

브릿지바이오는 2019년 7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BBT-877에 대해 1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대규모 기술수출을 성사시켜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같은 해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그러나 베링거인겔하임이 ‘독성 시그널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2020년 11월 BBT-877을 반환했다.

이후 브릿지바이오는 FDA가 요구한 추가 실험과 내외부 실험을 통해 독성 우려를 해소하고 이날 임상 2상의 승인을 받아냈다. 회사 관계자는 “독일 회사의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고 본다”며 “독성 우려는 약물 자체로 인한 독성이 아닌 위양성 기전에 의해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FDA 역시 브릿지바이오와 2년여 간 소통하며 회사가 잠재적 독성 문제를 모두 소명했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BBT-877의 기술 재이전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임상 2상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 기술이전 재추진을 위한 활동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전날 기업설명회에서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주요 다국적 제약사를 비롯해 다양한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사업 개발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 단계가 높아진 만큼,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1조5000억원을 뛰어넘는 계약이 체결될 수도 있다고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올 3분기 내에 임상 2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8개국에서 다국가 임상을 진행하며 보다 빠르게 투약이 이뤄질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