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훈 칼럼] 노동 대이동…제조·자영업 재편이 시작됐다
‘코로나 2년’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구조조정하는 일대 충격파를 몰고 왔다. 많은 학자와 정부 관료들이 오랜 세월 고민하고 연구한 산업구조 재편이 순식간에 이뤄지고 있다. 52만 명에 달했던 뿌리산업(금형 단조 용접 열처리 등) 종사자들은 48만 명으로 줄었다. 인력을 못 구해 폐업하는 중소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택시기사는 3만 명이 이탈했다. 배달 택배 보건서비스 등과 같은 신산업으로 대거 옮겨갔다.

통계에 정확하게 잡히지 않지만, 음식 숙박 소매판매 등과 같은 전통 서비스업에서도 줄잡아 수십만 명의 인력 이동이 발생했다. 대부분 최저임금 기반의 자영업이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사람들이 다시 모여앉게 됐지만 한번 떠나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다른 업종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식당 종업원들이 한 명, 두 명씩 줄면서 점심식사 줄은 더 길어지고 있다. 도심 식당은 오전 11시30분만 돼도 꽉꽉 찬다. 최저임금 이상을 지불할 수 없는 중소기업과 택시회사, 자영업과 소상공인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고금리·고환율은 견뎌도 사람을 못 구하면 방법이 없다. 코로나 방역과 항공편 부족 문제로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 5만 명이 입국하더라도 사정은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라고 한국의 임금 인플레이션을 모르겠나. 이미 농어촌 외국인 일당도 최저임금의 두 배 가까이 치솟은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 실업률은 2.9%다. 경제학적으로 비자발적 실업이 없는 완전고용 상태에 해당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경제와 산업이 비상한 위기에 내몰렸고 지금은 4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그렇다. 심지어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모두 심각한 구인난에 봉착하고 있다. 반도체와 조선업이 대표적이다. 완전고용이라고 일자리 질까지 좋아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단시간 고용과 생산성이 낮은 공공 일자리가 많다. 인문계 졸업생들의 취업 문도 그다지 넓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인력 미스매칭을 얘기한다. 산업단지의 구인난은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일자리를 기피하기 때문이고, 청년 실업자들이 여전한 것은 그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람이 부족한 것과 일자리가 모자라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이유도 다르고 처방도 제각각이다. 근본적으로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업장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 고용능력은 급여와 근로조건의 함수다. 급여와 근로조건은 생산성과 경쟁력에 달려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하청회사 근로자들이 지난 2년간 3000여 명이나 이탈한 것도 이런 상관관계가 작동한 결과다. 조선업 전체로는 5000명 이상이 사업장을 떠났다. 대부분 덜 힘들고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직장으로 옮겨갔다.

이제 중소기업일지라도 작업로봇이나 3D프린터를 대동하지 않고서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시키기가 어려워졌다.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잃으면 적정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 노동의 이동은 산업구조 변화의 원인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미국은 TV 종주국이지만 자국 내에선 단 한 대의 제품도 만들지 못한다. 자동차 종주국 영국의 연간 생산능력은 5만 대 남짓이다. 일본 독일 한국으로 제조업 패권이 이동한 데 따른 것이다.

정보기술(IT) 인력 부족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짚어볼 문제다. 올해 소프트웨어 분야 인력은 수요 대비 2만 명 이상 모자랄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이 ‘즉시 전력’으로 평가하는 이공계 졸업생이 연간 5만 명이라면 수요는 7만 명 이상이라는 얘기다. 주로 반도체 쪽에서 심각하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자동차 기계 철강 화학처럼 디지털 전환과 산업 융복합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에서도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의 흥망성쇠는 학교와 기업들이 이런 고급 인력을 얼마나 잘 길러내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들은 기업과 산업을 통해 세상을 보지만, 그런 하드웨어를 실질적으로 움직여나가는 것은 언제나 인재와 기술이라는 소프트웨어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두려워해야 하는 세상이다. 우리는 코로나 종착역에서 산업 고도화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두 개의 새로운 임무를 받아들었다. 완수하면 흥할 것이요, 실패하면 망할 것이다. 교육과 노동개혁은 필수다. 성공하면 살 것이요, 물러서면 쇠락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