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기 혐의' 공소 기각…"검찰이 피해자 등 특정 안 해"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도 증거 부족으로 일부 무죄

유치원비 전용 혐의로 기소된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전 이사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유치원비 전용' 혐의 한유총 전이사장 집행유예(종합)
수원지법 형사12단독 노한동 판사는 18일 사기,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노 판사는 "피고인의 유치원 교비 전출 액수가 크지만 상당 부분이 보전 조처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노 판사는 피고인에 대한 공소 사실 중 학부모 대상 사기 혐의에 대해선 검찰이 피해자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는 등 법률을 위배해 공소를 제기했다며 공소 사실을 기각했다.

노 판사는 "사기죄는 피해자와 피해자별 피해 액수가 특정돼야 하는데 이 사건 공소 사실 중 사기 부분은 앞서 언급한 기본 구조나 대법원이 제시한 방식에 반하는 방식으로 제기됐다"며 "검찰은 참고인으로 진술한 학부모들에 한정해서라도 피해자와 피해자별 피해액을 특정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소사실이 제대로 기재되지 않은 점에 따른 불이익은 피고인이 아닌 검사가 부담하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유치원 교비를 전출한 혐의(사립학교법 위반)에 대해서도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한유총 회비 지출 등 전용 금지 용도에 교비를 사용한 부분은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위장업체를 통해 교비를 부풀려 지급한 후 실제 대금과 차액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교비를 전출한 부분은 증거 부족으로 무죄 선고받았다.

이씨는 2015년 3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학부모들에게 교육비로 사용할 것처럼 속여 47억원 상당을 받아낸 후 자신이 설립·인수하거나 투자한 위장업체 8곳을 통해 교재·교구 대금을 부풀려 차액을 편취하는 수법으로 14억원 상당을 전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비슷한 기간 한유총 연합회비, 딸 명의의 체험 학습장 시설비, 원장 가족 여행경비 등으로 유치원 교비 4억5천여만원 상당을 전용한 혐의도 받았다.

이날 선고는 이씨가 기소된 지 약 3년 3개월만에 이뤄진 것이다.

앞서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구형했다.

한편 이씨와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유치원 관리실장 B씨는 이날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이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위장업체 대표와 위장업체 회계 세무 담당자 등 2명은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 무죄와 사기 혐의 공소사실 기각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2019년 3월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 등에 반발해 사립유치원 등원 거부 투쟁을 주도했다가 정부의 강경 대응과 비난 여론에 직면하자 한유총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