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은행에서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를 받지 못한 일부 소상공인에게 은행이 자율적으로 기존 대출을 10~20년간 갚는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주는 등의 지원 방안이 마련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일부 ‘부실 우려’ 소상공인에 대해 은행들이 이 같은 채무조정 조치를 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지난 14일 발표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중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보완하려는 취지다. 앞서 금융위는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원칙적으로 9월 종료하는 대신 은행에 만기가 도래하는 소상공인 대출의 90~95%가량을 ‘자율 연장’하도록 했다.

여기서 탈락한 소상공인의 부실(우려) 채권은 정부 주도 배드뱅크(부실채권 정리은행)인 ‘새출발기금’이 매입한다. 통상 연체가 60일 이상 90일 미만이고 향후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는 ‘부실 우려 채권’에 대해선 거치기간(최대 1~3년) 부여, 장기·분할상환(최대 10~20년), 대출금리 인하 등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채권’에 대해선 60~90%가량의 원금을 감면해주는 방안이다.

금융위는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해주기엔 미흡하지만, 새출발기금으로 넘기기엔 향후 회복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소상공인에 대한 은행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이 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출발기금의 부실 우려 채권과 동일하게 거치기간 부여, 장기 분할상환 등의 혜택을 줄 계획”이라고 했다.

은행도 정상적인 매출 회복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대출의 경우 새출발기금에 할인된 가격으로 넘기는 대신 원리금을 상환받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만기연장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은 9월 은행에 재연장 여부를 판정받고 거절 시엔 은행의 자체 지원 혹은 새출발기금의 지원을 받는 구조다.

금융위가 은행에 소상공인 대출의 90~95%를 자율 연장하도록 사실상 강제한 가운데 민간에 또 다른 대책을 요구한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률적 금융지원 재연장은 도덕적 해이 문제를 넘어 신용평가 기반의 금융시스템 근간을 훼손할 것”이라고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