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들어 성남·의정부·남양주 등 철거 잇따라…포항시는 신설
시민단체 "안전이 우려되면 보완하고 선별 없이 주민에 개방해야"
"불통 상징" vs "보안 필요"…지자체 청사 출입시스템 존폐 논란
"지자체 청사가 공무원들만의 것이냐? 불통행정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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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단체가 청사를 무단 점거해 시위를 하거나 사무실 들어와 소란이라도 피우면 어떻게 하나?"
민선 8기 출범 후 청사 출입관리시스템(스피드 게이트) 운영을 놓고 지자체들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면서 공공청사 개방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 성남시, 의정부시 등 일부 지자체는 청사를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로 이 시스템을 철거한 반면 경북 포항시 등 일부 지자체는 청사 보안 효율성을 높인다며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2012년 10월 휴일 대낮에 정부중앙청사에 60대 남성이 가짜 출입증을 갖고 들어가 사무실에 방화, 투신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도입한 후속 조치다.

그해 행정안전부를 시작으로 도입됐으며, 경기도 내 일부 기초지자체들은 민원인들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자 2018년부터 곳곳에서 도입했다.

"불통 상징" vs "보안 필요"…지자체 청사 출입시스템 존폐 논란
◇ "열린 소통"…지방선거 후 철거·개방 잇따라
경기 성남시는 이달 11일 청사 스피드 게이트를 철거했다.

이달 초 취임한 신상진 시장이 소통을 강조하며 "민선 시대에 시민들의 청사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철거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청사 보안과 직원 안전을 이유로 은수미 전임 시장이 취임한 첫해인 2018년 12월 청사 1층 로비 2곳과 3층 에스컬레이터 앞 1곳에 설치됐다.

그러나 시장이 바뀌면서 3년 6개월 만에 '불통 행정'의 상징처럼 취급돼 철거됐다.

의정부시와 구리시도 이달 1일 시장 취임과 동시에 청사 출입통제시스템 운영을 중단했다.

시설은 그대로 둔 채 상시 개방하고 있다.

의정부시는 공무원 대상 범죄가 잇따르자 안전한 근무 환경을 요구하는 분위기를 반영해 2018년 11월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설치했던 보안시설이다.

수원시는 지난달 중순 이재준 시장직인수위원회의 요청으로 본관 2층 시장실 입구로 향하는 길목에 설치된 청사 출입통제시스템을 철거했다.

역시 소통을 염두에 둔 이 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전임 시장 때 이 시스템을 설치한 남양주시의 경우 운영 중단을 검토 중이나 여론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민선 7기 때 출입통제시스템을 설치한 배경이 있고 적지 않은 비용이 든 만큼 운영을 중단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여론을 더 수렴한 뒤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개방구역·업무구역 분리…출입보안시스템 강화하기도
경북 포항시는 효율적인 청사 보안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최근 도내 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출입관리시스템을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민원 업무 등을 목적으로 시청사 5층 이상 사무실에 방문하는 주민은 2층 안내데스크에 신분증을 제시한 뒤 방문증을 받아 출입 관리시스템을 통과해 출입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시청 본관 5곳(지하 1층∼지상 4층)에만 설치됐다.

상시 민원인 방문이 잦은 민원실 등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도는 지난 5월 30일 광교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청사 출입보안시스템 운영을 강화했다.

옛 청사에서도 출입증을 받아야 출입이 허용됐으나 신청사에서는 출입증을 받아 업무구역을 방문할 때에도 출입할 수 있는 구역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소속 공무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 특정 부서 직원이 다른 사무실을 방문할 때에도 방문 대상 부서 직원이 출입증으로 문을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청사를 개방구역과 업무구역을 나눠 민원실, 대강당 등 주민이용시설이 있는 지하 1층∼지상 4층(2∼4층은 공사로 일시 통제)은 출입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는 출입시스템 운영 강화에 대해 "'행안부 보안업무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출입보안대책에는 시도청사를 개방구역과 업무구역을 분리해 출입 보안을 강화하는 사항과 방문객 출입통로 제한·방문증 교부·취약지 방호 강화 등에 관한 세부사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이에 따라 '신청사 자체 방호계획'과 '청사 출입·보안 규정'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통 상징" vs "보안 필요"…지자체 청사 출입시스템 존폐 논란
◇ "보이지 않는 장벽 없애야…보안·안전 우려는 보완하면 충분"
출입통제시스템 운영 중단 움직임에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반기고 있다.

유병욱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사무국장은 "물리적인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들어 출입을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며 "아직도 운영 중인 지자체가 있다면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지자체가 자신들이 허락한 사람들만 청사에 출입시키게 하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어떤 목적의 방문 민원인이라도 선별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시키거나 납득하게 해주는 것이 민원행정 아니냐"고 했다.

김수제 성남시공공기관노조연합회 의장은 "자유롭게 청사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위민행정"이라며 "보안이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지자체마다 청원경찰 등을 두고 있는 만큼 공직사회 여론을 추가로 수렴한 뒤 여건에 맞게 보완해도 충분할 걸로 본다"고 밝혔다.

(손대성 김도윤 김경태 이우성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