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국세청의 2000억원대 증여세 부과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도 이겼다.

서울고법 행정1-3부(부장판사 이승한 심준보 김종호)는 12일 신 명예회장이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과세당국은 신 명예회장이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차명으로 보유하다가 경유물산에 매각해 증여세를 회피했다고 보고 세금을 부과했다. 경유물산은 신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가 대주주인 회사다.

검찰은 2016년 롯데 일가 경영 비리를 수사했고, 이 과정에서 신 명예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경유물산에 매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을 통보받은 종로세무서는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라 신 명예회장에게 약 2126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란 명의신탁을 통한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명의신탁자와 수탁자를 다르게 등기하는 경우, 이 자체를 증여로 보고 과세하는 제도다.

이에 신 명예회장은 “단순 명의신탁에 불과하다”며 2018년 5월 소송을 제기했다. 신 명예회장 측은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단순 명의신탁은 증여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과세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1심은 이를 받아들여 2020년 12월 세무당국이 신 명예회장에게 2126억원 상당의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신 명예회장은 1심 판결이 나오기 전인 2020년 1월 별세했다. 이에 따라 자녀인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소송을 수계했다.

이 증여세는 신동주 회장이 2017년 1월 31일 전액 대납했다. 당시 세무당국의 증여세 부과에 불복 절차를 밟겠다고 하면서도, 부과된 세금은 기한 내 전액 내기로 결정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