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8월물) 가격이 5일(현지시간)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밀린 가운데 미국 은행 씨티그룹이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날 씨티그룹의 프란체스코 마르토치아, 에드 모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내고 경기침체가 온다는 가정 아래 “올 연말 국제유가는 배럴당 65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내년 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45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고 봤다.

이날 WTI 근월물은 전 장보다 8.2%(8.93달러) 밀린 배럴당 99.5달러로 장을 마쳤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5월 이후 두 달 만이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전 장보다 9.5%(10.73달러) 급락한 배럴당 102.77달러로 마감했다. 두 유종의 이날 낙폭은 지난 4월 이후 하루 최대를 기록했다. 공급 경색보다 경기침체 공포가 더 커진 여파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그동안 국제유가 상승에 ‘베팅’해온 원유 트레이더들도 의견을 바꾸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원유 수요는 최악의 경기침체 때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거의 모든 경기침체 국면에서 국제유가는 한계비용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회원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증산 능력 한계, 정유업계의 투자 감소와 같은 요인까지 반영해 이번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공급 경색과 경기침체가 국제유가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른 가운데 월가의 주요 은행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앞서 미국 은행 JP모간체이스는 서방의 러시아 원유 제재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38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간에서 국제 원자재 분석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나타샤 카네바 등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보복하려는 목적으로 하루 최대 50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380달러, 300만 배럴씩 감산하면 배럴당 190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