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앞둔 50대, 자산관리 이렇게 해보세요 [하박사의 쉬운 펀드]
필자가 매일 아침 헬스장에서 하루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50세를 넘긴 뒤부터는 아침 운동을 한 뒤 가끔 근육과 뼈가 뻐근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초반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의 유튜브와 책을 보면서 50대 중반인 필자가 신체 건강한 젊은 청년들처럼 똑같은 운동방식으로 운동을 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근육과 뼈가 20, 30대의 건강한 신체와는 다르기 때문에 50대 중년에 맞는 운동을 해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주장에 공감하고 운동방식을 바꿨습니다. 무거운 중량을 들기보다 가벼운 중량을 여러번 들고, 프리 웨이트 운동보다는 기구를 이용해 몸에 무리를 적게 주는 방식 등입니다. 걷기와 가벼운 러닝도 좋다고 합니다.

20~30년간의 치열한 직장생활을 해온 50대 직장인들은 은퇴를 앞두고 생각이 많을 겁니다. 임원으로 승진하거나 더 길게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긴 커리어를 마감하고 두번째 직업이나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있는 사람들의 자산관리는 20대~40대의 다른 연령의 자산관리와 몇가지 차이가 있는데, 이런 차이점을 잘 파악하고 본인의 상황에 맞게 운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먼저 50대가 당면하고 있는 자산관리의 상황과 대응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지키면서 투자해야 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둘째, 자녀취업과 독립, 결혼 등 목적별 목돈을 마련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셋째, 무엇보다도 위기상황에 대비해 1년 정도 생활할 유동성 자산을 보유, 준비해야 합니다. 넷째, 주거용 부동산을 활용한 자산운용·관리가 필요합니다.
서울의 아파트 단지들. / 자료=한경DB
서울의 아파트 단지들. / 자료=한경DB
세부사항은 아래와 같이 준비하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첫째, 투자상품은 전체 투자비율과 중장기 비중 줄이기. 목돈은 3년, 5년 이상 투자되는 중장기 투자상품 비중을 금융자산의 30% 이내로 줄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70% 이상은 현금화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조정합니다. 적립식 상품도 원리금 보장상품과 펀드 등 투자상품의 비중을 50대 50 정도로 하고, 점차 투자상품 비중을 줄여 나갑니다.

둘째, 사용목적별로 자금 분류하고 준비하기. 은퇴가 임박할수록 수입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반대로 목돈이 들어가는 일들이 많아집니다. 자녀들은 대학을 졸업과 독립을 하고 결혼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모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영끌로도 내집마련은 물론 전세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연로한 부모님과 관련해선 병원비와 요양원 비용 등 자식으로서 부담해야 하는 항목들이 늘어납니다.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큰 항목별로 은행계좌를 만들고 자금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1년을 생활하고 버틸 수 있는 유동자금 마련하기. 경제불황이 침체로 이어지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갑작스럽게 구조조정의 칼날이 닥치게 되면 마음뿐만 아니라 가정경제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1년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생활비가 언제든지 해지가능한 금융상품(정기예금, 머니마켓펀드 등)에 유지되고 있어야 합니다. 월 300만~500만원을 기준으로 적게는 3000만원에서 5000만원 등 조금 여유가 된다면 1억원가량을 준비해 둡니다. 경기불황과 다음 직장을 구할 수 있을 때까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주거용 부동산을 부동산 투자로 활용하기.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이 개인 소유로 돼 있는 경우에는 계속 거주하는 것보다 이를 매도하거나, 전월세로 전환하고 투자로 활용하는 방법도 검토합니다.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주거의 안정성은 있지만 목돈을 깔고 않아 무수익 자산으로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부동산이 지금 하락세이지만 향후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거주 부동산을 전세로 주고, 본인은 시세가 보다 싼 인근 지역에 전세나 반전세로 옮기고 남는 금액을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해 봅니다.

예를 들어 10억원 수준의 아파트를 6억원에 전세를 주고 3억원 전세로 옮겨가면 3억원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이 3억원을 가지고 상가에 투자하는 경우 대출을 포함해 10억 안팎의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월 200만~300만원 정도의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상가를 구입하는 것은 6개월~1년 정도 시간적 여유를 가지면서 가능한 많은 지역에 발품을 팔고 안목을 넓힌 다음 매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렇게 거주 부동산을 매각하지 않고 상가를 매입하는 경우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현재는 부동산 하락기라고 할지라도 추후 경기가 활성화 될 즈음 아파트와 상가의 가격 상승을 동시에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일 겁니다.

다른 방법은 거주 부동산을 매각한 뒤 그 자금중 일부는 거주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투자하는 방법입니다. 필자의 사례입니다. 필자는 거주하던 아파트를 팔고 반전세로 옮긴 다음, 상가투자로 월세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상가를 매입하기 위해 1년 정도, 수도권을 주말마다 방문하면서 대상 부동산의 여러 장단점을 파악하고 최종 2~3개의 물건 중 매입 결정을 했습니다. 매월 임대수익이 들어오고 있는데, 대체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후 부동산 가격 추세를 보면서 거주할 부동산 매입을 알아볼 생각인데 자녀들이 대학을 다 마쳤기 때문에 지역선택의 폭이 넓은 편입니다.

중년은 한자로 '가운데 중'을 쓴다지만 자산운용은 '무거울 중'을 써서 무게감 있고 안정감있게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녀들이 대학 재학중이거나 사회 초년생이라면 아직 부모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소요가 계속 일어날 수 있고 연로한 부모님에게도 자금이 추가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본인도 인생 후반기를 맞아 커리어를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신중하고 보수적인 자산관리로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신한은행 산본지점 WM 프리미어 팀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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