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굴뚝 연기 자원化"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출가스를 자원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그 꿈이 곧 현실화될 것 같습니다.”

김상현 카본엔 대표(사진)는 4일 “포항제철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에서 고순도 액화탄산가스를 만들어 탄산음료, 의료, 반도체 등의 제조에 필요한 소재로 활용하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카본엔은 포스코 사내벤처인 포벤처스 1기 창업기업이다. 포스코그룹(회장 최정우)은 2019년 창의적 조직문화와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목표로 포벤처스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창업 휴직제를 신설했다. 사업 실패 시 3년 이내에 회사에 복귀할 수 있다.

창업 이후에도 성공적 안착을 위한 자금 펀딩과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한다. 김 대표는 포스코 설비기술부에 입사해 파이넥스부와 기술연구원에서 근무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기계·설비전문가로 지금까지 출원한 특허만 18건에 이른다. 제철공정 배출가스에 있는 이산화탄소 가스 분리 기술에 관한 특허도 갖고 있다.

그는 “상용화에 성공하면 철강 공정에 적용하는 세계 최초 이산화탄소 포집 및 자원화 기술(CCU)이 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유가 상승으로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국내 탄산 수급난을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카본엔은 2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10억원의 투자금 확보에도 성공했다.

포벤처스 1기로 창업해 분사한 이옴텍(대표 박영준)은 버려진 폐플라스틱과 제철소 부산물인 슬래그(slag)를 융합해 토목·건축용 복합 소재를 제조한다.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높지 않아 연간 국내 건설자재 3억t 중 단 1%만 폐플라스틱으로 대체해도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포벤처스는 1~2기까지 총 18개 사내벤처팀을 출범시켰다. 이 가운데 12개 팀이 사내벤처를 떠나 독립했다. 이들 기업은 총 54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45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성과도 거뒀다.

포벤처스 3기는 총 4개의 사내벤처팀을 지난해 12월 출범시켜 1년간 인큐베이팅 과정을 밟고 있다.

포스코는 시제품 제작, 마케팅, 홍보, 전문가 멘토링 등에서 최대 2억원가량의 창업 비용을 지원한다. 지난해 7월 포스텍에 건립한 벤처인큐베이팅 첨단 지원 시설인 체인지업 그라운드 입주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