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금융협회는 1분기 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4.3%로 조사 대상 36개국 중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가계부채가 GDP보다 많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GDP 대비 부채 비중이 높다는 것은 돈을 버는 속도보다 부채가 느는 속도가 빨라 빚을 갚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모만으로도 2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자, 우울한 자화상이다.

우리나라 기업부채 비율도 최근 1년 동안 5.5%포인트 늘어 증가 속도 면에서 조사 대상국 중 2위였다고 한다. 지난해 국가채무도 939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한민국은 부채 공화국’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아닐까. 가계부채는 규모가 크지 않을 땐 소비 여력을 증대시키는 긍정적인 기능이 일부 있지만, 과도하게 불어나면 원리금 상환에 따른 부담이 가중된다.

새로 출범한 현 정부는 가계부채가 경제 성장과 소비를 가로막는 실질적인 위협 요소라는 인식 아래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정부 차원에서 부채 부실화 가능성이 큰 가계에 대한 위기관리와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가계·기업·정부 모든 부문의 부채 규모와 속도 면에서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빚은 안정된 소득이 없으면 늘어나게 마련이며, 소득보다 소비가 많으면 부채 발생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대책은 민간 쪽에서 고용과 소득을 늘리는 일일 것이다. 정부를 포함한 기업, 가계 등 모든 정책 주체가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만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은경 서울 동대문구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