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의 인문학' 출간…신규환 교수 "근대화 맞물려 피로해소 수요 늘어"
1960년대 나온 '아로나민'과 '박카스' 장수 히트상품 된 비결
1960년대 처음 출시된 일동제약 '아로나민'과 동아제약 '박카스'는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는 스테디셀러다.

아로나민은 '활성비타민의 힘', 박카스는 '대한민국 피로회복제'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한다.

신규환 대구대 교수는 신간 '약의 인문학'에서 아로나민과 박카스 신화가 탄생한 과정을 역사학 관점으로 조명한다.

신 교수는 195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서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감기약, 비타민제, 유산균제 같은 일반의약품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한다.

또 정부가 수입 의약품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제약회사가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매에 나서는 움직임이 생겨났다고 부연한다.

그는 제약업계 재편과 맞물려 한국인의 비타민 애착이 심했다는 사실도 소개한다.

심지어 비타민을 먹으면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념도 있었다고 한다.

아로나민은 1963년 발매됐다.

일반 비타민과 비교하면 장에서 잘 흡수되는 활성비타민인 점이 특징이었다.

박카스는 1961년 알약 형태로 첫선을 보였고, 1963년 마시는 에너지 드링크 '박카스디'가 나왔다.

신 교수는 일동제약과 동아제약이 아로나민과 박카스 판매를 위해 특히 광고에 신경을 썼다고 강조한다.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산업 역군이 필요하다는 사회 분위기가 퍼졌고, 피로 해소 수요가 늘어난 점을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일동제약은 회사 매출의 25%를 아로나민 광고에 투자하기도 했다"며 "1966년에는 프로권투 선수 김기수 씨의 타이틀 매치를 활용한 프로모션을 펼쳤고, 이를 통해 '체력은 국력'이 아로나민의 슬로건이 됐다"고 설명한다.

이어 박카스에 대해서는 "생명력과 젊음이 주요 광고 콘셉트였지만, 식욕 증진·음주 전후 해독·피부 미용·간장기능 강화까지 가히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약효를 선전했다"며 "박카스디의 성공은 강한 체력을 요구하던 당시 사회 풍조와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신 교수는 "비타민 제제와 자양강장제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고, 제약업체는 한두 개의 히트상품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다"며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유행하는 품목을 쫓아 비슷비슷한 일반의약품을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책에는 '약'을 주제로 한 글 14편이 실렸다.

주제는 고구려 약재와 의약 교류, 조선시대 의약 문화 변화, 채만식 소설 '탁류'에 나타난 약의 의미 등 다양하다.

여인석 연세대 교수, 김성수 서울대 교수, 박윤재 경희대 교수 등이 필자로 참여했다.

역사공간. 544쪽. 2만8천500원.
1960년대 나온 '아로나민'과 '박카스' 장수 히트상품 된 비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