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다'도 옛말?…中 LFP 배터리, 전기차 화재 잇따라 [모빌리티 신드롬]
중국 전기차 1위 업체인 BYD의 전기차 화재 사고가 현지에서 이달 세 차례가량 발생했다. 글로벌 배터리 3위 업체이기도 한 BYD가 자체적으로 개발·생산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다. LFP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안전하다고 인식됐지만, 이런 장점마저도 사라지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SNE리서치는 LFP 배터리를 적용한 BYD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 사례 세 건을 분석해 발표했다. 가장 최근 사고는 지난 12일 중국 광동성 주해시에서 발생한 BYD 전기차 ‘송’ 화재 사례다. 섀시(차량 뼈대)에 연기가 난 뒤 경찰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했으나, 불이 차량 전체로 번졌고 차량이 폭발한 뒤 화재로 뒤덮였다. 같은 날 광동성 포산시에서는 BYD 진 차량이 화재가 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지난 6일엔 광시좡족자치구 구이강시에서 BYD 전기차에 도로에서 불이 났고, 소방차가 화재 진화를 하느라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이보다 많은 화재가 발생했지만, 중국 당국의 통제때문에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SNE리서치는 “BYD가 최근 안전하다고 발표한 LFP 배터리인 블레이드에도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같은 화재 사고가 새어나간 것은 BYD 홍보 보안에 문제가 생겼단 의미이고 자동차 업계에도 소문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업계의 주력 제품인 LFP는 NCM보다 안전하고, 원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으로 점유율을 늘려왔다. 중국에서 보조금을 받고 전기차를 팔기 위해선 현지 업체 제품을 써야했던 이유도 있다. 그러나 최근 LFP에 적용되는 탄산리튬 가격이 NCM에 쓰이는 수산화리튬보다 크게 오른 데다, NCM의 주 원자재인 니켈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 화재 사고까지 잇따르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장점이 사라질 수도 있어, LFP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LFP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NCM 배터리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중국 공업신식화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NCM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가 55%에 달했다. 지난해 3월 23%에서 크게 늘었다. CATL은 기아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니로 전기차에 NCM622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니켈 60%, 코발트 20%, 망간 20%를 적용한 리튬이온 배터리다. 당초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하고, 내부에서 생산 계획까지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최종 계약에서 무산됐다. CATL 제품의 원가가 더 저렴한 데다 성능 테스트에서 문제가 없어 채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CATL이 자체 개발한 NCM811 등 ‘하이니켈 배터리(니켈 함량이 80% 이상)’를 탑재한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니켈 비중이 적은 NCM 배터리 기술력은 올라오고 있으며, 지금은 하이니켈 배터리의 안전성 등 기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선 한국 배터리를 장착하면 보조금을 안 주는데 기아가 내수용으로 중국 배터리를 쓰는게 맞는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