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구원들이 항공기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구원들이 항공기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그룹의 항공우주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한민국 방위를 책임지는 전투기와 헬기, 함정의 심장인 엔진 제작을 도맡아 온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 엔진 전문기업이다. 1979년 엔진 창정비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9000대 이상의 엔진 생산과 정비를 담당해 왔다.

1980년대에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의 기술제휴로 F-5 제공호용 제트엔진을 생산했고, KF-16 전투기의 최종 조립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F-15K 전투기, T-50 고등훈련기 등 공군의 주력 항공기 엔진뿐 아니라 육군이 운용하는 한국형 헬기 ‘수리온’의 국산화 엔진을 생산하는 등 엔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해 왔다. 공군, 육군은 물론 해군 주력 함정에 들어가는 엔진도 생산하고 있다. 하늘과 땅과 바다를 지키는 전력의 심장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같은 기술력을 앞세워 GE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인 KF-21의 엔진 통합 개발을 주도적으로 수행했으며 주요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공군의 대표 전투기로 활약하게 될 KF-21 보라매에는 2만1000파운드(lbf)의 추력을 가진 엔진이 쌍발로 장착된다. KF-21 보라매의 엔진 조립 과정은 극히 일부 공정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군수 항공 엔진은 종류가 다양하고 규격과 기준이 제각각 다르다. 대부분 소량만 생산해 자동화 적용도 거의 불가능하다. 아주 간단한 조립 절차도 엄격한 규격과 기준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기술자 숙련도와 엄격한 품질검증이 중요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들의 경력은 통상 20년 이상, 길게는 30년 이상이다. 마이스터·기술사·기능장 등 고도로 숙련된 인원들이 작업을 이끌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외에 정비 기술도 수출하고 있다. 첫 유지·보수·정비(MRO) 기술 수출은 1982년 인도네시아 정부와 맺은 UH-1H 헬기용 T53 엔진 창정비 계약이다. 1983년에는 미국 IA사의 T53 엔진 창정비 수출에 성공하며 세계 항공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시장으로 수출 영토를 넓혔다. 1986년에는 미 공군의 C-130 수송기용 T56 엔진, F-4 전투기용 J79 엔진 정비 물량을 수주했다. 1996년에는 베네수엘라 공군으로부터 6000만 달러 규모의 F100 엔진 정비 물량을 수주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금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창정비 사업을 수행한 국가는 미국,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페인, 네덜란드, 칠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케냐 등 12개국에 달한다.

항공기 엔진뿐 아니라 항공 기계 시스템 분야에서도 보조동력장치(APU), 착륙장치(랜딩기어), 비행조종작동기(FCISA)등 항공기 작동에 필수적인 다양한 품목의 국산화를 진행하고 있다. 독자 개발을 통한 국산화는 차후 성능 개량 및 다른 기종 적용, 운용 및 유지를 쉽게 해 최적의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기술이전을 엄격히 통제하는 항공용 소재기술의 자립은 향후 항공 무기체계 수출 확대와 국가 방위사업 성장에도 필수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엔진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위성 발사체 ‘누리호’의 엔진 제작을 담당했다. 3단으로 장착되는 액체 로켓 엔진은 1단에 추력 75t급 엔진 4기(총 300t급), 2단에 75t급 1기, 3단에 7t급 1기 총 6개의 엔진으로 구성됐다. 엔진 전체 조립은 물론 터보 펌프, 밸브류 등 핵심 부품 제작까지 맡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