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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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비공개 최고위 회의 개최 여부를 놓고 강하게 충돌한 지 사흘 만에 재회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의 악수 요청을 뿌리쳤고, 배 최고위원은 멋쩍은 듯 자리에 앉은 이 대표의 어깨를 툭 쳤다. 갈등의 골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 회의실에 먼저 착석해 있던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도착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이 대표를 향해 악수를 건넸다. 그러나 이 대표는 손사래를 치면서 다가오는 배 최고위원을 피해 자리에 앉았다.

'악수 패싱'을 당한 뒤 다른 최고위원들과 인사를 마친 배 최고위원은 멋쩍은 듯 이 대표의 왼쪽 어깨를 가볍게 쳤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때도 배 최고위원을 쳐다보지 않았다.
영상=오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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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최고위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때도 배 최고위원은 좌석에 착석하기 전 이 대표의 어깨를 치며 인사했지만, 이 대표는 이를 받지 않았다.

당시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사실상 생략한 채 비공개 최고위 논의 사안이 외부에 전파되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비공개회의에서 현안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 회의가 공개 부분과 비공개 부분을 나눠서 진행되는데 비공개 부분에서 나왔던 내용이 자꾸 언론에 따옴표까지 인용돼 보도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최고위 의장 직권으로 오늘부터 비공개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하지 않도록 하겠다. 최고위원들은 현안과 관련해 말할 게 있으면 공개회의 때 끝에 붙여서 말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배 최고위원은 "현안 논의를 아예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비공개회의를 단속하는 게 맞다"는 취지로 즉각 맞섰다.

배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를 할 때마다 참 답답했다. 비공개회의가 아니라 이 순간의 '미공개 회의'로 최고위원들이 속사정을 터놓기 어려울 정도로, 그 내용이 낱낱이 언론에 공개돼 낯부끄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현안 논의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비공개회의를 좀 더 철저하게 단속해 당내에서 필요한 내부의 논의는 건강하게 이어 나가야 할 것 같다는 건의를 드린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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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다른 최고위원들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둘의 갈등은 더욱더 노골적인 양상으로 치달았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잠깐만, 잠깐만요"라며 중재에 나섰지만, 언쟁은 멈추지 않았다.

배 최고위원이 "뭘 유출시켰나. 본인이 얘기 제일 많이 하셨다"고 하자 자리를 떠나던 이 대표는 즉각 멈춰 "내 얘기를 내가 유출했다고?"라며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